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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행복 불평등’ 외친 박정현 부여군수…현실화할 힘은 있나
박정현 부여군수. /부여군
박정현 부여군수. /부여군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태어난 지역과 시대가 행복을 결정짓는 구조,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지난 8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행복정책 페스티벌’ 국제포럼 패널석에 선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의 발언이다.

그는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주거와 고용이 모두 불안정한 오늘을 지적했다. 과거엔 노력하면 내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일자리와 교육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출발선 자체가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갈린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방 인구가 빠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농촌의 현실과도 맞물린다.

발언은 설득력이 있었지만, 기자의 눈에는 그 다음이 더 중요해 보였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쉽지만, 그 문제를 풀 방법은 훨씬 어렵다.

박 군수가 내놓은 해법은 의료 불평등 해소 건의, 농촌 인력난 해결을 위한 ‘이민청’ 신설·이민법 제정, 비(非)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유치 근거 마련을 위한 혁신도시법 개정 등 주로 중앙정부를 향한 요구들이었다.

정책 방향은 타당하지만 안타깝게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런 사안들은 지방정부의 권한 밖에서 좌우되기 쉽고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라 몇 년씩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서 아무리 외쳐도 법과 제도를 쥔 곳은 서울이다.

부여군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농민수당 지급, 지역화폐 ‘굿뜨래페이’ 운영 등은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한정된 농촌 지자체에서 이런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증가, 세수 감소라는 삼중고가 버티고 있다. ‘정책 실험’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 개혁’ 없이는 결국 유지가 어렵다.

박 군수는 "행복은 어느 세대의 특권이 될 수 없고 어느 지역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만들려면 지방정부 스스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불평등의 뿌리는 중앙집권 구조, 수도권 과밀, 그리고 지방의 자립 역량 부족에 있다. 이 구조가 그대로라면 ‘공정’과 ‘기본사회’라는 단어는 쉽게 공허해질 수 있다.

지방자치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지방정부는 재정·인사·정책 권한에서 중앙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모두의 행복’을 위한 선언은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중앙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권한 이양, 그리고 지역 스스로의 혁신이 병행되지 않으면 답은 없다.

그는 "군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꾸고 지역의 경험을 국가적 비전으로 이어가면서 모든 세대와 지역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군수의 외침이 행사장에서의 연설로 끝날지, 아니면 불평등 구조에 균열을 내는 실제 변화를 만들지는 앞으로 몇 년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말의 무게는 결국 실행에서 증명된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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