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현장]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시험실서 사막도 겨울도 달린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시험동 공개
영상 60도부터 영하 20도, 시속 140㎞ 강풍까지
정밀 시뮬레이션으로 전기차 성능·품질 검증


23일 현대자동차그룹은 경기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남양연구소 미디어 랩투어'를 열고 주요 시험 시설을 공개했다.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23일 현대자동차그룹은 경기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남양연구소 미디어 랩투어'를 열고 주요 시험 시설을 공개했다.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 23일 오전 방문한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는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출근 차량과 관계자들이 보안 절차를 거쳐 삼엄하게 통제된 정문을 통과했고, 연구소 안에서는 위장막을 씌운 시험차부터 출시 모델까지 다양한 차량이 오갔다.

이곳은 디자인부터 설계, 시험, 평가까지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현대차그룹 최대 규모의 종합 연구 거점이다. 이날 공개된 공간은 환경시험동, 공력시험동, R&H성능개발동, NVH동 등 네 곳. 방문자센터에서 시험동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전체 부지 면적은 약 105만평(347만㎡)에 달한다.

먼저 찾은 환경시험동에서는 고온시험과 강설시험 공간을 둘러봤다. 각각의 챔버에서는 고온과 혹한, 눈보라 등 다양한 기후 조건이 구현된 시험이 진행된다.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고온 챔버 안에는 아이오닉 6 N 차량이 고정돼 있었고, 내부에는 서멀 마네킹이 탑승해 있었다. 부위별로 탑재된 센서를 통해 마네킹의 표면 온도 변화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됐고, 연구원들은 차량의 냉방 성능과 열 차단 구조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었다.

실제 고온 챔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얼굴과 팔을 뜨겁게 달구는 복사열이 퍼졌다. 습도는 20%로 낮았지만, 건조한 열기가 깊숙이 밀려들며 숨이 막히는 듯했다. 몇 분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맺혔다. 현장에 있던 한 연구원은 "중동처럼 기온이 50도 이상 되는 지역을 재현하는 공간"이라며 "실제 사막에 차를 보내지 않고도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설 챔버에서는 기아 PV5 차량이 영하 20도의 눈보라를 맞고 있었다. 시험실 문과 유리창에 성에가 하얗게 맺혔고, 바닥은 눈으로 쌓여 있었다. 겨울용 외투를 입고 챔버 안으로 들어섰지만 입김이 나왔고 신발 밑창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몇 분 서 있는 것도 버거울 만큼 추운 환경이다.

강설 시험 중 아이오닉 9 차량의 프렁크 눈 유입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강설 시험 중 아이오닉 9 차량의 프렁크 눈 유입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차량의 도어 개폐와 밀폐 상태, 충전구 작동 여부를 비롯해 눈의 유입 경로와 잔류 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한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장 부품이 외부 오염에 민감하기 때문에 충전구 주변과 프렁크 내부로 눈이 들어가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프렁크 내부로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공력시험동에서는 차량의 공기저항, 양력, 후류 흐름 등을 측정하는 시험이 이뤄졌다. 이곳에서 기자단을 맞은 건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제작한 '에어로 챌린지 카'였다. 세계 최저 수준인 공기 저항 계수(Cd) 0.144를 기록한 콘셉트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초저항 콘셉트카 Cd값이 0.17~0.1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정교하게 조율된 설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해당 차량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저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이 적용됐다. 이의재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각 기술이 함께 작동할 때 최적의 공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실 내부 끝에는 직경 8.4m에 달하는 거대한 송풍 팬이 있었다. 3400마력의 출력을 바탕으로 최대 시속 200㎞의 바람을 만들어 내며,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제작돼 소음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회전 벨트 위에 고정된 차량 아래로는 하부 무빙벨트가 함께 작동해 실제 주행과 유사한 유동 조건을 구현한다. 체험 공간에서는 시속 60㎞ 바람이 분사됐고, 명찰과 옷깃이 흔들릴 정도의 세기에 몸이 밀려 서 있기도 쉽지 않았다. 연기 분사를 통해 디퓨저와 블레이드 주변의 후류가 눈앞에서 변화했고, 연구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형상과 흐름을 분석한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현대차그룹

R&H성능개발동은 차량의 승차감(Ride)과 조종안정성(Handling)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공간이다. 유니포미티 시험기에서는 고속 회전 중 발생하는 타이어 진동을 측정해 승차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타이어 특성 시험기에서는 조향·슬립·하중 이동 조건에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힘과 반응을 계측한다.

핸들링 주행시험기에는 코나 일렉트릭이 탑재돼 있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구현된 가상 주행 환경에서 스티어링 응답성과 선회 거동을 반복 측정하며, 실제 주행 없이도 다양한 조건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승차감 시험기에서는 아이오닉 5의 리어 차축 모듈을 활용해 노면 요철 반응을 재현하고, 각 지역의 도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의 주행 품질을 평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NVH동에서는 소음과 진동 관련 두 가지 시험이 병행됐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에는 제네시스 GV70이 올라가 있었다. 시험실은 가로 10m, 세로 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었다. 덕분에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거의 없는 무향 공간이다.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실험이 시작되자 회전 롤 위에서 GV70의 바퀴가 구동됐고 풍절음과 노면 소음, 구동계 진동 등이 차량 내부로 전달됐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으며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다양한 노면 질감을 시험 조건에 따라 교체할 수 있다. 서재준 소음진동기술팀장은 "실제 도로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D 스캔과 재료의 반발계수까지 반영해 패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몰입형 청취실은 가상 환경 기반의 음향 평가 공간이다. VR로 구현된 도심, 고속도로, 터널 등의 주행 조건에서 차량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청취할 수 있었고, 실제 녹음된 음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조건에서의 소리를 조율하는 과정도 병행됐다. 연구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주관적 청감 반응까지 반영해 음향 성능을 최적화한다.

이날 공개된 네 곳의 시험 공간 내부는 실제보다 더 정교하고 가혹한 조건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60도의 복사열, 140㎞의 강풍, 영하 20도의 눈보라 속에서도 차량은 검증을 견뎌냈고, 연구원들은 매 순간을 데이터로 기록한다. 시험실 바깥에서는 알 수 없었던 이런 세심한 작업들이 도로 위에서의 안전과 신뢰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hya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