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한수원 본사 도심으로 이전 포석"
한방주의로 지역갈등 부추긴다는 지적도

[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경북 경주 문무대왕면 장항리에 위치한 본사의 핵심 부서를 도심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밀실 행정'으로 지역 갈등을 부추킨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본사 사무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이유로 옛 경주대학교 부지를 매입해, 전체 임직원 1700여 명 중 500여 명을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1일 오전 10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 3층 대강당에서 '한수원수출사업본부 근무지 이전 공청회'가 주민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공청회는 '사무실 이전에 대한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한 자리였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3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수원은 비밀리에 김일윤 원석학원 설립자와 옛 경주대 부지 16만 2844㎡에 대한 매매 가계약서를 맺었다.
옛 경주대는 도심에 위치한 동시에 경주KTX 역사와도 가까워, 현재 본사가 있는 장항리보다 교통이 편리한 지역이다.
김 설립자는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재 신경주대(서라벌대·경주대 통합) 총장이다.
당시 이 가계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에서는 김석기 국회의원과 김 설립자가 '가계약의 효력 여부' 등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등 한동안 심한 분란에 시달렸다.
이 일로 문무대왕면 주민들은 한수원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게 됐는데, 최근 다시 한수원이 일부 부서 이전을 위한 옛 경주대 부지 매입 건을 들고 나오자 지역 민심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이날 공청회에서 임천택 장항2리 이장은 "한수원은 10년 전 방폐장 유치의 반대 급부로 지역에 유치됐다"면서 "그런데도 한수원은 주민들 모르게, 많은 직원들을 지역에서 빼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규모 부지 매입은 결국 본사를 도심으로 서서히 옮기겠다는 것"이라며 "공매로 나올 법도 한 폐교 (구)경주대를, 한수원이 수천억 원에 매입하려는 것은 배임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영희 범곡리 주민도 "한수원이 주민 의견을 묻지도 않고, 지난해 (구)경주대 부지를 가계약했다"면서 "지난 10년간 주민들을 무시하고 지역 갈등만 부추긴 한수원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시민을 위한다면 한수원 부서 이전도, 슬럼화된 (구)경주역사 등 도심을 선택해야 했다"면서 "이 모든 상황이, 경주시의 묵인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옛 경주대 부지 매입금은 1200억~3000억 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청회 분위기가 격화되자 대담자로 나섰던 송호준 경주부시장과 전대욱 한수원 부사장 등이 "주민들이 반대하면 일부 부서 이전도 없다"고 달랬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오전 11시 20분쯤 주민 200여 명 거의 대부분이 퇴장하면서 공청회는 무산됐다.
또 이날 공청회에서 경주시의원 3명도 '한수원-경주시의 정보 독점'에 대해 항의하며 5분 만에 퇴장해버렸다.
오상도 경주시원전특위원장은 "한수원이 ’축구단 훈련센터‘ 지역 유치를 반대 급부카드로 준비했으나 까맣게 몰랐다"면서 "한수원은 항상 이런 식"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주원전단체 한 관계자는 "한수원의 어설픈 밀실 행정은, 단기 계약직 임원들의 무책임한 실적 한방주의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매번 주민들이 지역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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