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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백제의 정원에서 피어난 미래 도시의 비전
박정현 부여군수가 지난 4일 궁남지에서 열린 '역사문화 정원도시 부여' 비전 선포식에서 퍼포먼스를 마치고 어린이와 함께 나오고 있다. /김형중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가 지난 4일 궁남지에서 열린 '역사문화 정원도시 부여' 비전 선포식에서 퍼포먼스를 마치고 어린이와 함께 나오고 있다.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충남 부여군이 지난 4일 궁남지에서 '역사문화 정원도시 부여'의 비전을 공식 선포했다.

겉보기엔 하나의 선포식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찬란한 과거'를 딛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장소가 '궁남지'라는 점은 이번 비전 선포의 상징성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이다. 그 정원에서 다시 시작된 '미래 도시 부여'의 꿈은 시간과 공간, 역사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부여군이 선포한 '정원도시'는 단지 경관을 가꾸는 생태 도시에 머물지 않는다. 정원 안에 백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도시, 즉 역사와 문화가 녹아든 공간 자체를 도시 발전의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문화융합형 도시'로의 도약이다. 이는 도시를 단지 건물의 집합이 아닌, 사람의 삶과 기억, 자연이 공존하는 유기적 공간으로 바라보는 철학적 전환이기도 하다.

실제 부여군은 이 비전을 단순한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풀고 있다.

'정원문화 확산 플랫폼 구축 사업'과 '백마강 생태정원 조성 사업'에 총 650억 원이 투입되고 정원진흥센터와 방문자센터 건립, 가든니스트 아카데미 운영, 생태정원 조성 등 굵직한 사업들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일회성 축제나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정원은 본래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가장 평화롭게 표현하는 공간이다. 그것은 단순히 '꾸미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의 예술이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철학적 실천이다.

부여군이 이 정원의 개념을 도시 전반에 확장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시도다. 기후 위기와 지역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자연과 공존하고 문화로 소통하는 도시는 그 자체로 해법이 될 수 있다.

'역사문화 정원도시 부여' 비전은 백제의 유산을 현재와 미래로 확장하는 도시 철학이자, 지방도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여기에 부여군의 실천력이 더해진다면 '정원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는 지역의 품격을 높이고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부여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고도이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간을 심고 있다.

그 시간은 곧 '정원'이 되고, 정원은 도시의 미래가 된다. '역사문화 정원도시 부여'는 그 이름처럼 백제의 시간 위에 삶과 생명이 피어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지금 궁남지에서 시작된 이 질문에 부여가 어떻게 답해나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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