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존중과 콘텐츠 포맷에 맞는 차별화된 매력 찾으려고 노력"

코로나19 이후로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모호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름 극장가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걸릴 정도로 관객들은 수많은 웹툰·웹소설·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리메이크작을 접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IP(지식재산권)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부터 오리지널 각본이 부재한 현재 한국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정리해 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대게 원작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영화계 관계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관객들에게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을까.
<더팩트> 기자는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관계자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통해 영화화할 웹툰·웹소설·소설과 리메이크할 해외 영화를 고르는 기준부터 스크린에 걸리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아봤다. 또한 분량이 상당한 원작을 시리즈물이 아닌 영화로 제작하는 이유와 든든하지만 어려운 존재인 원작 팬덤에 관한 솔직한 생각도 함께 들어봤다.
투자배급사 NEW 투자제작팀 배하나 팀장은 "원작 IP의 큰 강점은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이라며 "원작 독자를 통해 한 번의 검증을 거쳤고 팬층이 있는 성공한 작품은 안정적인 인지도도 지닌다. 특히 독자 피드백을 근거로 시나리오화 단계에서 스토리의 약점과 보완점들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단순히 검증된 IP의 인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잘 될 수 있었던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사전 리스크를 최소화해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와 '전독시' 등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독자들이 웹툰과 웹소설을 왜 좋아하는지 데이터가 명확하다. 연령대와 성별, 지역 등을 수집할 수 있기에 프로듀서 입장에서 어떤 특징의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기획할 때 더 용이하다"고 바라봤다.
원 대표는 빠른 이해를 위해 개봉 예정인 '전독시'를 영화로 제작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첫 번째는 회귀물이고 성좌물인데 20·30 여성 독자들의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현재 영화계에서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영화로 제작하기에 매력적인 웹소설이었던 것.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수용하는 입장인데 김독자가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간다는 점이 가치 전복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특히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결말을 새로 쓴다는 것이 파격적이면서도 인간이 가져야 할 하나의 화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글과 그림이 영화로 탄생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원작 작가는 어느 정도 개입하고 있을까. 또한 원작의 세계관과 내용이 방대하고 영화 시장이 어려운 만큼, 영화가 아닌 시리즈물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포맷으로의 제작을 고려하지는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물론 작품마다 구체적인 과정은 다르지만 관계자들은 원작에 대한 존중은 필수로 동반하되 콘텐츠 포맷에 맞는 차별화된 매력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강풀과 김보통 작가처럼 원작 작가가 대본을 직접 쓰는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화나 드라마의 특성에 맞는 각색이 필요하기에 원작 작가와 협업 범위도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NEW 배하나 팀장은 "원작을 영화화할 때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구성이 중요하다"며 "시리즈 영화들도 전편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의 후속편 관람에 허들이 생겨 전편에 비해 스코어가 저조한 경우가 있지 않나. 그렇기에 허들은 없애고 이야기의 매력을 살리는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단순한 영상화가 아닌 원작의 고유한 주제 의식과 시대적 흐름에 맞는 주제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화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원동연 대표는 "원작자의 의견을 존중한다. 꼭 가져가야 할 세계관이나 설정, 메시지를 꼭 여쭤보고 시나리오를 고친 다음에 보여드린다"며 "'전독시'는 웹소설 사이트 문피아에 가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작 기획서를 함께 보여드렸다. 통과된 후 원작 작가를 만났고 영화화를 받아들이셨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보셔서 영화적 각색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셨고 영화와 웹소설의 화법이 다른 만큼 영화에 개입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고 회상했다.
영화화를 진행할 때는 원작의 규모와 양이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 극장에서 선보일 때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작품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배급사 관계자는 "검증된 콘텐츠라면 프리퀄과 스핀오프 등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하기에 한편의 기획으로 그치지 않고 확장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원동연 대표는 "좋은 조건으로 OTT 플랫폼에서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멸망하는 지구에서 주어지는 퀘스트를 하나씩 깨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걸 작은 화면으로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또 독자가 동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연대 의식을 느껴야 더 큰 울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원작 팬덤은 기본적인 관객 수요의 보장과 입소문에 따른 높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을 계속 갖고 가야만 한다. 특히 없던 캐릭터를 만들거나 결말을 바꾸는 등 설정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시도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 관계자는 "원작 팬들은 정말 어려운 존재다. 똑같이 만들면 똑같이 만들었다고, 이와 반대되는 흐름을 타면 또 그에 따른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며 "팬들에게 원작은 자신의 일부 시간을 추억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각자가 생각하는 고유한 이미지가 있기에 이들을 모두 이해하고 설득하는 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 의견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제작진들도 원작을 사랑하니까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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