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재진 허용 원칙 주장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의료대란 해결과 의료개혁' 방안으로 제시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최근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다. 의료계는 진료의 안전성과 법적 책임소재 문제 등을 들어 '재진 원칙' 등 신중한 제도 설계를 촉구했다.
비대면진료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재택 등에서 컴퓨터나 화상통신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사에게 영상으로 진찰, 처방 등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됐지만, '시범 사업'일 뿐 현행 의료법에는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의료의 질과 안전성을 고려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약속했다. 비대면진료의 합리적 범위와 기준 설정, 비대면 전담 의료기관 금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관리 체계 강화 등도 담겼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높은 이용률과 만족도가 자리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월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2%는 '비대면 진료 의료서비스 질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시간 관리 용이'(56.4%), '진료받는 것이 편리해서'(20.6%), '비용 절감'(11.2%) 을 들었다. 향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1.7%로 높게 나타났다. 대면 진료 대비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에 대해 82.5%는 '대면 진료에 비해 불안하지 않다'(32.4%)나 '대면진료와 비슷하다'(50.1%)고 답했다.
의료계는 이용자의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우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비대면 초진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허용은 재진을 원칙으로 하되 초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7일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문제점'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안전성 △법적 책임소재 △유효성 △의료 현장 네 가지 측면에서 비대면진료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김진숙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날 발제문에서 "환자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동작, 소리, 냄새 등 추정과 시진(눈으로 봄)·청진(청진기 사용)·촉진(환부를 만짐) 없이 부족한 정보를 근거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특히 초진에서 오진 발생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청진·촉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와 의사소통이 어렵고 보호자의 말만 듣고 진단·처방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소아 환자에게는 발열, 호흡곤란, 경련, 발진, 복통 등 비정형적인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비대면 초진은 오진과 진료 지연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기기, 인터넷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의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 등으로 오진이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의사에게 돌아간다는 점, 의료 접근성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현재 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할 수 있는데 휴일 야간의 경우 의료기관 내 의사가 있을 가능성이 낮다"며 "약 배송이 불가하다는 점에서도 의료접근성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한 선결조건으로는 △주기적 대면진료 의무화 △허용질환을 만성질환으로 제한 △의협이 주도하는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제시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은 총 3건으로 모두 의정갈등 이후 제출됐다. 우재준·최보윤 의원 안은 연령이나 초·재진 구분없이 비대면진료를 비교적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진숙 의원 안은 비대면진료의 초진 대상을 18세 미만, 65세 이상으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의료계 주장과 가까운, '성인 재진 환자' 중심 안으로 평가된다.
전 의원 안에 따르면 18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은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비대면 진료도 대면 진료와 같은 책임을 지지만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행한 의료인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통신오류 또는 환자가 이용하는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의료인의 문진에도 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신의 건강상태 등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비대면 진료를 행한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 면책한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