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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벤츠 타는 카페 사장님 빚만 탕감해주고..." [김원장의 경제학전]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0일 울산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을 찾아 한 상점에서 떡을 먹어보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0일 울산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을 찾아 한 상점에서 떡을 먹어보고 있다. /대통령실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왜 벤츠 타는 카페 사장님 빚만 탕감해주고 아반떼 타는 직장인은 안해주는가?"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에 공감합니다. 하루하루 빚을 갚아나가는 국민들 중에 넉넉해서 잘 갚아나가는 분들이 몇이나 있을까. 다들 참고 아끼고 줄여서 대출금 갚고 삽니다. 그런데 민생회복지원금은 경제학에서 보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부가 자영업자 10만 명과 일반 국민 113만 명의 은행 빚을 깎아주거나 탕감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합니다. 캠코(자산관리공사)가 7년 넘게 못 갚고 연체중인 자영업자 빚 6조 원과 개인의 빚 16조 원에 대한 부실채권을 인수합니다. 홍길동씨가 저축은행에 7년 넘게 1천만 원을 연체 중이라면 그 1천만 원 채권을 50만 원 정도에 사들이는 겁니다.

저축은행은 수년째 받지 못하고 어차피 떼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50만 원이라도 받는 거예요. 그렇게 부실 채권을 인수한 캠코는 홍길동씨의 소득이나 재산을 살펴본 다음에 8~90%를 감면해주고 나머지를 최대 20년에 걸쳐 갚도록 해줍니다. 재산이 아예 없으면 부실채권을 소각해버립니다. 전액을 탕감해주는 거죠. 이렇게 22조 원의 빚을 탕감해주는데 나랏돈은 1조 5천억 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그중 4천억 원 정도는 요즘 대출이자율은 높이고 예금이자율을 낮춰서 큰 돈을 벌고 있는 은행들이 자진해서(?)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장사나 사업을 하다가 넘어진 사람을 다시 시장경제라는 링 위로 올리는 겁니다. 그럼 취업도 하고 또다시 대출을 받아 장사를 할 수도 있죠. 경제학에서 보면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투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렇게 한 푼이라도 벌면 누군가의 식당에 들러 설렁탕 한그릇을 사 먹거나 미용실에 들러 퍼머를 하는 날이 오겠죠. 그렇게 소비를 늘리는 겁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니까요.

특히 코로나 직후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치솟았고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1년 만에 30%나 급증했어요. 정부는 이들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환을 계속 연기해줬는데 그게 결국 9월에 50조 원이나 만기가 돌아옵니다.

여기저기 돈을 빌렸는데 갚기 힘든 사람들을 ‘취약차주’라고 하는데요. 지난 2022년에 178만 명이였던 ‘취약차주’는 올 초에는 188만 명으로 또 10만 명이 늘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버틸까요? 예를 들어 2020년 말에 32조 원이던 카드론 잔액은 올 초에 42조 원을 넘었습니다. 카드빚을 내서 은행 빚을 갚고 있는거죠. 이들 중 상당수는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아갔을 겁니다. 가난에는 이렇게 이자가 붙습니다.

취약차주 중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분기 12.2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10%를 넘긴 뒤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버티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모든 금융 활동이 꽉 막힌 신용유의자(옛날 신용불랑자)가 60만 명을 넘겼습니다. 언젠가부터 연락이 안되는 동창이나 추석에도 안 내려오는 사촌이 있다면 아마 맞을 거예요. 오는 9월이 지나면 훌쩍 더 늘어날 겁니다. 이들이 빚을 못 갚고 계속 넘어져 있다고 해서 당신이 좋은 게 하나도 없답니다. 그것이 시장경제입니다.

물론 때마다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면 이걸 노리고 고의로 연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 3천만 원 정도 연체해보세요. 추심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가게에 어떤 아저씨가 와서 계속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둘 금융 생활이 막힙니다. 신용카드 안되면 지하철 탈 때마다 대략 난감해 집니다. 전세보증금에도 가압류가 들어옵니다. 빚을 탕감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재산이 없는 연체자는 아예 빚을 전액 탕감해주니 이를 위해 재산을 숨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5천만 원을 오랫동안 연체해 그중 4천만 원을 탕감받은 연체자가 남은 1천만 원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감추는 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진짜 가난합니다.

정부가 은행 빚을 자꾸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신중하고 꼼꼼하게 빚을 줄여줘야 합니다.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차주가 있는지 잘 추려내야 합니다.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도입한 ‘국민행복기금’은 우리 국민 147만 명의 채무를 50% 이상 탕감해줬는데, 이들 중 64%는 남은 빚을 꾸준히 갚아 결국 모든 빚을 변제했습니다.

채무 탕감 정책에서 도움을 받은 이들이 어떻게 재기했고, 도움을 받지 못한 취약차주들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 살피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빚이 빚을 낳는 시대. 무엇보다 옥석을 잘 가려야겠습니다. 그래야 꾸준히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덜 억울할테니까요.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0일 울산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을 찾아 한 상점에서 떡을 먹어보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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