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그대로 옮긴 듯한 웅장한 3층 구조 위에 놓인 다양하고 화려한 무대 장치들과 함께 성악과 발레가 만나 더욱 슬프고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공연이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져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팬텀'이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하는 '팬텀'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과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 크리스틴 다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그림 같은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악보를 파는 크리스틴 다에와 그에게 사로잡힌 필립 드 샹동 백작이 오페라 극장의 감독 제라드 카리에르를 찾아가 음악 레슨을 받으라고 명함을 건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숄레가 뇌물로 극장장 자리를 꿰찬 것. 이에 제라드 카리에르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고 이후 오페라 극장을 찾은 크리스틴 다에는 보컬 레슨을 받지 못한 채 숄레의 아내이자 디바인 마담 카를로타의 의상팀 막내로 일하게 된다.

사실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극장에는 예전부터 계속된 괴상한 소문의 주인공 팬텀이 살고 있었다. 그의 진짜 이름은 에릭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태어날 때부터 흉측했던 얼굴 때문에 극장 지하 묘지의 은신처에서 유령처럼 숨어 지내고 있었다.
새로운 디바 카를로타의 엉망진창인 실력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팬텀은 우연히 청아한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크리스틴 다에의 노랫소리를 듣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그는 크리스틴 다에에게 매일 밤 비밀스럽게 보컬 레슨을 해주고 그 덕분에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된 크리스틴 다에는 극장의 주연 자리에 선다.
이에 허영심 가득한 카를로타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사악한 음모를 꾸미며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를 알게 된 팬텀은 크게 분노하며 카를로타에게 끔찍한 복수를 감행한다. 경찰은 팬텀을 잡기 위해 오페라 극장을 샅샅이 수색하고, 팬텀과 함께 지하 묘지의 은신처에 숨은 크리스틴 다에는 그의 슬픈 과거 이야기와 함께 가면에 숨겨진 진짜 얼굴을 마주한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 다에를 향한 팬텀의 사랑에 집중한다면 '팬텀'은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팬텀의 과거와 그의 인간적인 면을 더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욱 몰입도 있게 전달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먼저 네 번째 시즌 이후 4년 만에 팬텀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전동석은 묵직한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성량으로 공연장을 단숨에 장악한다. 그는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팬텀의 심리를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되는 여러 가면과 함께 인물이 느끼는 기쁨 슬픔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그려낸다.
크리스틴 다에로 분한 이지혜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함께 청아한 목소리로 다른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난도 기교의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마담 카를로타를 연기한 리사는 마담 카를로타의 뻔뻔함과 허영심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면서 무작정 밉기보다 웃기고 안쓰러운 매력적인 악당으로 존재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뮤지컬이지만 발레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팬텀의 부모가 처음 만나 사랑이 시작되고 깊어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에게 찾아온 위기와 팬텀의 비극적인 운명 등 과거 이야기가 발레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지며 관객들이 인물의 아픔과 고독 등 내면의 정서를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천장에 달린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추락하고 계단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팬텀과 크리스틴 다에가 큰 배를 타고 지하 묘지의 은신처로 숨는 등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장면이 쉴 새 없이 펼쳐져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렇게 4년 만에 돌아온 '팬텀'은 화려한 무대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23인조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우아한 발레를 적절하게 섞으며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회적 시선을 비판함과 동시에 영혼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며 짙은 여운도 선사한다.
현 버전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그랜드 피날레 시즌 '팬텀'은 오는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