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권 잃은 소수 야당…어깨 무거워"
김용태 개혁안, 전당대회 등 과제 산적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이 6·3 대선 패배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을 이끌 원내 사령탑에 3선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이 16일 선출됐다. 정치권에서는 당내 주류인 범친윤계가 다시 지도부를 장악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여전히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총투표수 106표 중 60표를 얻어, 3선 김성원 의원(30표)과 4선 이헌승 의원(16표)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애초 송 의원과 김 의원 간 양자대결로 예상됐으나, 이 의원이 막판 출마를 선언하면서 삼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결과적으로 범친윤계인 송 원내대표가 1차 투표서 과반을 얻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송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로 퇴행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고, 미래만 보고 가야 한다"며 "국민만 보고 국가가 가는 길이 뭔지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한다고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절대 열세인 소수당,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역할과 기능에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순간도 웃을 수 없다. 어깨가 너무 무겁다. 의원들 모두 함께 갈 수 있도록 힘 보태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선 정견 발표에서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인선에 대해 비판하며 강도 높은 대여(對與) 투쟁을 예고했다. 아울러 그는 전당대회 조속히 개최하고 혁신위원회 구성해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화와 쇄신의 여정 속 모든 고통과 어려움은 제가 가장 먼저 감당하고 가장 끝까지 견디겠다"고 호소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범친윤계로 통하는 송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인해 근본적인 당 쇄신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이 겉으로는 개혁과 쇄신을 천명하면서도, 여권에서 추진 중인 내란 특검 등을 의식해 방어적인 선택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개혁안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한 데 대해 "좋은 방안이지만, 또 다른 분열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임 고문들이 곤란하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혁신위에서 논의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내홍을 수습하고 쇄신으로 나아가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자평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 내부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출로 국민의힘이 TK(대구·경북) 정당임을 자인한 셈"이라며 "송 의원이 연말에 쇄신이나 혁신과 관련해 평가받겠다는 식의 결단이 없다면 구주류 지도부의 다시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 평론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1%에 불과한데 이는 탄핵 때보다 낮은 수치다"며 "이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미래'를 논하려면, 송 원내대표가 김용태 5대 개혁안을 모두 받아 이를 이어 나가는 결기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송 원내대표는 행정고시 29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박근혜 정부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냈다. 그는 1963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해 경북 김천에서 내리 3선을 했고, 현재는 22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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