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100% 활용하고 싶어요"

[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한계 없는 활동 영역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김성철이 '파과'를 만났다. 늘 소중한 기회를 동력 삼아 힘차게 달려온 그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즐거움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채우며 자신만의 투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김성철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파과'(감독 민규동)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전설적인 킬러 조각(이혜영 분)을 찾기 위해 킬러가 된 미스터리한 남자 투우로 분한 그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원작 자체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저는 이런 걸 파헤치는 게 좋은가 봐요. 늘 알 수 없음을 해내고 싶다는 목표 의식이 있어요.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어요. 이번에도 투우의 마음이 일차원적이지 않고 다채롭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랐죠."
조각을 찾기 위해 킬러가 된 투우는 20여 년의 시간을 추격한 끝에 '신성방역'에서 조각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느닷없이 나타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집요하게 조각만을 좇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로만 그려지다가 조각이 가정부로 잠입해 아버지를 제거하고 자신을 외롭게 남겨두고 떠난 존재였다는 과거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이를 연기한 김성철은 소설과 시나리오를 같이 읽으면서 원작의 텍스처를 최대한 살리되 영화적인 느낌을 증폭시키는 데 집중했다. 특히 그는 인물의 애매모호함을 거듭 고민하면서 더하고 덜어내는 여러 버전을 통해 최적의 감정선을 찾아갔다.
그 결과 김성철은 유려한 몸놀림으로 냉혹한 킬러의 면모를 드러냄과 동시에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조각을 향한 여러 감정을 오직 눈빛에 담아내는 열연을 펼쳤다.
"투우의 정신연령은 아버지가 죽고 조각이 떠난 날 멈췄고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고 디자인했어요. 그래야 이 서사가 완성되거든요. 어린아이 같은 게 아니라 어린아이죠.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몸만 성장한 거예요. 투우가 원하는 건 조각과의 대면이기에 그 어떠한 성장도 없었을 것 같아서 눈빛과 행동 등을 아이같이 하려고 했어요. '파과'는 조각을 대변한 이야기이고 투우는 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잘 놓고 싶었고요."

조각을 찾는 것에만 집중한 투우다. 그리고 마침내 조각을 마주한 투우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목표를 잃은 것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등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투우의 미묘한 감정선에 다가갔다는 김성철은 "배우로 일하면서 한 해에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다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를 이뤘다. 너무 행복했지만 허탈하고 공허해지더라"고 회상했다.
"그때 보던 책 중에서 '목표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목적 있는 삶을 살아야 된다'라는 글이 있었는데 이게 투우에게도 적용되더라고요. 투우는 목적은 없고 조각이라는 목표물만 있거든요. 그래서 목적에 관해서 계속 물어봤고 그 해답을 계속 찾고 있었던 애 같았어요. 대본 안에서 답을 많이 찾을 수 있었고 이를 갖고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지만 잔혹한 킬러답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거 대상을 향해 칼과 총을 겨누는 투우다. 특히 과시하는 성격인 그는 상대를 멸시하는 마음을 행동에 녹여내며 빠른 시간에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간결한 액션의 조각과 상반된 몸짓을 보여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난도의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성철은 "그동안 액션을 주로 하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파과'를 통해 다음에도 액션을 기대해 주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완성본을 본 만족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첫 액션신은 17번을 찍었고 그다음 액션신은 12번 찍었다. 그리고 모든 액션신을 다섯 번 이상 찍었다. 그랬는데 안 좋으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날 김성철은 롤모델을 묻자 "이혜영 선생님"이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그러면서 러닝타임 내내 조각 그 자체로 존재한 이혜영을 향한 두터운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그는 이혜영의 연기가 경이로웠다며 "그동안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미쳤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경이롭다'고 한 건 없었었다. 초반에 선생님과 촬영하는데 저 멀리서 걸어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경이로웠다"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품격이 이미 조각이었어요. 배우에게 연륜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60년 쌓이니까 경이롭더라고요. 저는 투우로서 계속 까불었고 선생님은 조각으로서 저를 대해주셔서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선생님의 존재가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봐왔는데 그런 유니크함을 갖고 있는 배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조각을 누가 할 수 있겠어요. 이혜영 선생님뿐이에요. 이 작품의 일원이 됐다는 게 감격스러울 뿐이죠."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김성철은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그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 해 우리는', 영화 '올빼미' '댓글부대'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그는 뮤지컬 '데스노트' '몬테크리스토'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무대 위에도 오르며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또한 김성철은 최근 넷플릭스 '지옥' 시즌2와 드라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으로 쉼 없이 활동하며 꾸준히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 왔다. 지칠 법도 하지만 배우는 늘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직업이기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동력 삼아 꾸준히 내달린 그다.
"기회가 곧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제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100% 활용하고 싶었어요. 에너지가 소비되지만 그때의 감사함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했어요. 팬들이 찾아와주는 거에도 감사함을 느끼고요."
배우로서 뚜렷하게 목표를 세웠고 이를 이룬 김성철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그는 "이제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라며 "장르물을 연기할 때 재밌다. 캐릭터들이 세다 보니까 평소에 하지 않는 대사와 행동을 할 수 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는 과정도 재밌다. 그런데 이제 산뜻하고 힘 뺀 것도 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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