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대형 이동통신사의 대규모 해킹이 나타났지만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무보험이 있지만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사이버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5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 만일 해당 법률사무소가 승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 수는 약 2500만명(알뜰폰 200만명 포함)에 대한 위자료 규모는 무려 1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IBM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기업들의 평균 피해액은 2023년 445만달러(약 61조원)에서 2024년 488만달러(약 67조원)로 9.6% 증가했다. 특히, 랜섬웨어 피해액은 2024년 상반기에만 4억달러를 돌파했고, 데이터 유출 사고는 2023년 한 해 동안 82억건 이상 발생하는 등 기업의 주요 위협 요소로 사이버 공격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일부 보험사가 사이버 공격을 전쟁과 같은 '불가항력'으로 분류하고 약관에 면책조항을 추가하자 법원에서 이를 막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017년 낫페트야(NotPetya) 공격으로 제약회사 머크(Merck)가 대규모 피해를 입고 보험사에이스 아메리칸(Ace American)에 14억달러의 보상을 요청하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2019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2년 뉴저지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 면책조항이 사이버 공격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사 패소 판결을 내리고 보험금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정보 유출과 같은 사이버 리스크가 커지면서 보험업계에서도 해외를 중심으로 사이버보험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국 보험사 아비바는 중소기업 대상 사이버보험 '아비바 사이버 리스폰드(Aviva Cyber Respond)'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연간 50파운드(약 9만원)의 저렴한 보험료로 제공되며, 데이터 보호 및 신용 모니터링 서비스, 24시간 대응 등을 제공한다. 또 사이버 리스크 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보안 대응·위험 평가 방법 등도 안내한다.
악사(AXA) XL은 사이버보험 '사이버 리스크 커넥트 폴라시(Cyber Risk connect Policy)'에 인공지능(AI) 트레이닝 데이터 유출, 지식재산권 침해 보상 등을 포함하는 AI 관련 사고 보상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는 사이버보험이 의무보험을 중심으로만 형성되고, 해외에서처럼 사이버종합보험의 가입이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개인정보 수 1000명, 매출액 5000만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최소한의 의무보험만 가입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사이버보험 관련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삼성사이버종합보험'을 출시했다. 사이버보험은 해킹,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으로 사이버사고로 인한 △재산손해(대응 및 IT 복구 비용) △기업휴지손해 △각종 배상책임손해 등을 보장한다.
삼성사이버종합보험은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국문 약관으로 개발돼 고객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였다. 매출액 1000억원 이하이면서 개인정보 보유수 300만명 이하의 기업이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패키지보험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 사이버보험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리스크 진단업체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 이동통신사도 정보 유출이 일어나는 등 사이버 위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관련 상품을 출시했기에, 경쟁사들도 대응해 관련 상품 출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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