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치유 거점 자리매김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밖에선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여기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돼요. 마음이 편해집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3층에 위치한 '서울마음편의점'에서 만난 이성모(54) 씨는 '서울마음편의점'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환해졌다.
혼자 지낸 지 오래됐다는 이 씨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또래 친구 7명을 사귀었다"며 "서로 말을 나누고 요리, 운동도 같이 하고, 외로움을 덜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편함 없이 대해주는 직원들과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삶의 활력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서울마음편의점'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치 편의점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일상의 쉼터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외·없·서)'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지난 3월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시민 누구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때 수시로 편하게 드나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립 극복 경험이 있는 시민들이 직접 상담사로 나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 외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밀착 지원한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시민들이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사회적교류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는 동대문구를 포함해 강북, 도봉, 관악구 등 총 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울, 고립…'마음 편의점'이 다독인다
'서울마음편의점'은 단순한 휴게 공간이 아니다. 방문자는 QR코드를 통해 외로움 자가진단을 할 수 있고,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전문기관과 연계해 후속 상담까지 제공한다. 또한 라면 한 그릇, 안마의자, 반신욕기, 작은 도서관 등 일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각 지역의 수요와 특성을 반영해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동대문구의 경우 중장년 고립위기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요리교실, 운동, 영화감상 등 공동체 중심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씨는 "오토바이로 15분 거리에서 살고 있어 자주는 못 오지만 근처에 살았다면 매일 오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복지관에서 만난 또 다른 이용자 이원태(51) 씨도 "그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나올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게 참 좋다"며 "나와서 갈 곳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라면도 먹고 사람들과 대화도 한다. 이번 주엔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이라고 전했다.

◆하루 수십 명 방문…다른 자치구 주민도 발길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서울마음편의점 동대문점의 지난 한 달 간 이용자는 158명에 달했다. 이는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한 방문자만 집계된 수치로, 실제 이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방문자 중 8~10%가 외로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헌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대리는 "초기에는 하루 10~15명 수준이었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30명 이상 찾는 날도 많다"며 "외로움을 숨기지 않고, 가볍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다른 자치구에서 일부러 1시간 넘게 찾아오는 분도 있다"며 "'여기 오면 집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중장년층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지만, 노년층과 청년층도 꾸준히 찾고 있다. 서울마음편의점 동대문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외로움을 느끼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4개소에서 시작한 '서울마음편의점'을 2027년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서울마음편의점은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겪는 시민들의 외로움을 덜고,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외로움 없는 서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통과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수요와 목소리를 반영해 외로움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마음편의점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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