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지휘부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 체포조를 언급하며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수뇌부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 체포조를 언급하며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청장은 건강 문제로 재판에는 불출석했다.

검찰은 먼저 진행된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 증인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 이현일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과 박 전 과장이 대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통화에서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보낼 거야. 현장에서 방첩사 두 개 팀 오는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 형사 5명이 필요하다"며 현장에 보낼 형사 명단을 요구했다.

이어 이 전 계장은 경찰로 보이지 않게 사복을 입고 형사 조끼도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

박 전 과장이 "누구를 체포하느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이 "국회에 가면 누구를 체포하겠냐"고 말 하면서 명단을 재촉했다. 이에 박 전 과장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통화에 담겼다.

경찰이 방첩사의 국회의원 체포 목적을 알고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박 전 과장은 '국회에 가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시민들이 많이 몰려있어 질서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계엄이 발동된 상황에서 집단 폭동을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통화 중 한숨을 쉰 이유가 국회의원 체포로 생각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정보를 들은 게 없고 내용을 유추하거나 예측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과장과 이 전 계장은 비상계엄 당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체포조 편성을 위한 경찰관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이 전 계장은 당시 이 사실을 윤 전 조정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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