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걱정 없는 사회 만들어야"
여야 합의 연금개혁에 반대하기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레인 위에 서면 세상이 조용해졌다. 묵직한 공을 쥔 손끝에 모든 집중을 모았다. 멀리 선 열개의 핀을 바라봤다. 브레이크 포인트를 계산하고 궤도를 그렸다. 공이 손끝을 떠나는 찰나 모든 감각이 쏠렸다. 핀이 모두 쓰러질 땐 확신이 따라왔다.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결과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정)은 볼링 선수 출신이다. 전국대회 메달까지 딸 정도로 유망주였던 그는 볼링으로부터 집중력과 평정심을 배웠다. 지금은 정치라는 또 다른 레인 위에 서 있다. 볼링이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볼링은 단순히 공을 굴려서 핀을 쓰러뜨리는 게 아니에요. 미세한 오일양의 변화까지 조정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멘탈이 흔들리면 바로 끝납니다. 정치도 똑같습니다. 자기 관리가 안 되면 안 되고, 미세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집중력이 필요해요."
<더팩트>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 의원을 만나 그의 의정생활과 청년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전 의원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원칙을 세웠다. "사고 치지 말자, 겸손하자, 내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잊지 말자." 이 세 가지 다짐을 가슴에 품고 의정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최연소 재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전 의원은 "제가 실수하면 후배들 기회를 뺏는다고 생각했다"며 "(초선 때는) 청년위원장도 하고, 열심히 뛰어다녔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의 조준점에는 늘 청년이 있다. 그의 청년 정치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청년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구조 그 자체를 비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사회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아닌 빚을 내민다. 토익 점수와 자격증으로 성실함의 척도를 평가하려 한다. 심지어 '왜 결혼은 안 하냐', '아이는 왜 낳지 않느냐'며 공감되지 않는 책임까지 청년에게 전가하려 한다.
"(대학 졸업하면 평균) 여자 나이 스물넷, 남자 나이 스물여섯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에게 사회가 주는 선물은 학자금 대출 3000만원이거든요.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데 빚쟁이가 되는 거죠. 이런 사회에서 언제 결혼하고, 애 낳고 살겠습니까. 이 문제가 과연 어디서 왔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청년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구조를 그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나"라며 "그 구조를 뚫고 살아남은 사람만 노력했다고 사회가 인정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년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이 결국은 청년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전 의원의 이같은 인식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다. 18년 만의 여야 합의였다. 그러나 전 의원은 주저 없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설득이 없는 개혁은 오히려 청년들의 미래에 짐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욕도 많이 먹었죠. 연금개혁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무책임한 상태를 유지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힘들게 돈을 냈는데 막상 내가 받을 때가 되면 고갈된다는 불신이 어마어마해요. 청년들이 의문을 던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줘야 됩니다. 또래 정치인들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면승부식 신념은 12.3 비상계엄 당시 행동으로도 증명됐다. 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처음엔 딥페이크 영상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연이은 언론 속보에 조작 같던 장면은 현실이 됐다. 국회는 봉쇄되고 있었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담장을 넘었다. 국회 상공엔 헬리콥터가 선회하고 있었다.
"제가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하면 계엄을 못 막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민들이 주신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냅다 뛰었습니다. 이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하면 저는 죽어서도 죄인이 된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뛰어갔는데 밖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굉장히 유감이죠."
앞으로의 목표는 간명하다. 지역구의 발전 그리고 청년이 정치권에 던져야 할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말하는 일이다. 레인 위에 서 있는 그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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