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송치…경찰 "음주 후 행동 불만 쌓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어린이스포츠센터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센터 대표가 엽기적 방법으로 살해한 이유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7일 오전 살인 혐의로 서대문구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41) 씨를 구속 송치한 뒤 이같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CCTV 영상을 분석해보니 음주 이후 '피해자 행동'에 피의자가 불만이 쌓였고, 폭행과 살인으로 이어졌다"라며 "본인이 왜 그랬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해 12월31일 본인이 운영하는 서대문구 어린이 스포츠센터 직원인 A씨의 몸에 70cm 길이의 교육용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한 씨는 A씨를 포함한 직원 3명과 회식을 하고 있었다. 이후 직원 2명은 귀가하고 한 씨와 A씨만 현장에 남았다고 한다.
사건 초기부터 범행 수법이 엽기적이라 동기 등에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상성애 등을 물어봤는데 확인이 안 됐다. 본인과 관련자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으로 확인했지만,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한 씨는 당일 오전 2시 10분쯤 "본인 누나가 맞고 있다"고 112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관 6명은 A씨가 하의를 벗은 채 누워있던 것을 확인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경찰은 철수했다.
그러나 약 7시간 뒤 한 씨는 119에 A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폭행치사 혐의로 한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씨는 범행 도구로 사용한 막대를 경찰관 출동 전에 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A씨는 피해를 입은 채 수분간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씨의 사인이 장기 파열이라는 1차 소견을 받고 살인죄를 적용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국과수 정밀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망 추정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의 고의는 인정된다"라며 "기억이 나지 않은 것과 피의자 행위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획적 범행 정황은 없다고 전했다. 한 씨와 A씨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포렌식 결과를 보더라도 일상적 대화 내용 외 특이사항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경찰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지난 5일 참고인 조사에 앞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봐줬으면 아들이 살아있었을지도 모르지 않냐"라고 말했다.
이날 송치 현장에 나온 피해자의 친척도 "경찰관 6명이 갔는데 어떻게 우리가 믿고 살 수 있겠냐"라며 "본인 아들이 누워서 하의가 벗겨져 있으면 그냥 갈 거냐"라고 분노했다.
서울경찰청 감찰조사계는 전날 현장에 출동했던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과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을 불러 조사했다. 서울경찰청은 정식 감찰은 아니지만,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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