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로 프리랜서 환급 받으러 방문한 여성에 "영세한 사람" 발언 논란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과거 장애인에게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던 전북 전주세무서가 이번에는 민원인에게 ‘살림이 보잘것 없고 몹시 가난하다’는 이른바 영세하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시민들이 한 푼이라도 아쉬워 세무서를 찾고 있지만, 갑질 행정에 짓눌린 민원인들은 세금 환급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16일 오후 갑질 행정이 심하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아 찾은 전주세무서.
각종 정부 지원금과 세금 환급, 신고 등을 위한 민원인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70대 민원인이 세금 관련 문의를 위해 젊은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직원은 "홈택스 가서 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더 이상의 자세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70대 민원인은 허탈한 표정으로 세무서를 나갔다.
취재진이 민원인에게 홈택스가 무엇인지 아냐고 묻자, 그는 "나는 컴퓨터를 할줄도 모르고, 홈택스가 뭔지 모르는 노인네다"며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1층 민원봉사실로 이동했다.
이곳에 한 20대 여성이 한 직원에게 ‘(프리랜서 소득)세금 환급’ 문의를 했지만, 그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런일 안 한다. 국세신고안내센터로 가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여성은 국세신고안내센터로 이동했다.
이어 다른 직원에게 프리랜서 세금 환급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시 국세신고안내센터 직원도 "우리는 그런 일 안 한다. 홈택스 가서 직접해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 여성은 "그러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매뉴얼 같은 것도 없냐"고 묻자, 직원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여성은 "공무원이라면 최소한의 방법이라도 안내해 줘야 것 아니냐"고 묻자, 직원은 "모르면 저기 컴퓨터를 켜서 직접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해라"며 언성을 높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 여성은 "방금 나간 할아버지도 아주머니에게도 ‘홈택스 가서 하라’고 되돌려 보내는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일을 하냐"며 "전주세무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간부 공무원이 뒷짐을 진채 어슬렁 어슬렁 다가오더니, 갑질 민원에 대해 항의하는 여성에게 "뭐가 문제냐"고 따져 물었다.
이 여성은 "다른 지역(인천) 세무서는 세금 환급 부분에 대해 직접 도움을 주는데, 이곳은 ‘왜 컴퓨터 홈택스로 하라’고 민원인들을 쫓아내냐. 방금 되돌려 보낸 할아버지가 홈택스를 할 줄 알겠냐"면서 "잘 모르니까, 시간을 내서 직접 전주세무서를 찾아오는 것인데, 최소한 방법은 안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공무원이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냐.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간부 공무원은 언성을 높이며 "우리는 그런 일 안 한다. 이곳은 영세한 사람들이 근로장려금과 세금신고 등을 위해 찾는 곳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내가 영세하다는 것이냐?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냐"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간부 공무원은 오히려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였다.
간부 공무원은 고개를 돌려 <더팩트> 취재진에게 "이 여성분 일행이냐"고 물었다.
취재진이 기자라고 밝히며 "갑질 행정이 심하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차 방문했다"고 답변하자, 간부 공무원은 뒷짐을 풀고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았다.
그러면서 "영세하다는 발언은 실수다. 사과한다"면서 "이 여성분 세금 환급을 직접 도와드리겠다. 신분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여성은 거부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세무서를 나갔다.
취재진도 전주세무서를 나갔다. 갑질 민원 피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영세하다는 발언을 한 간부 공무원이 직접 도움을 준다는데 받겠냐는 질문에, 이 여성은 "다시는 전주세무서를 찾지 않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너무나 어려워서 세금 3.3% 환급에 대해 전해듣고 도움을 받기 위해 세무서를 찾았는데, 오히려 영세하다는 놀림을 당하니 너무나 속상하다"고 분개해 하며 몸을 떨었다.
도롯가에서 버스가 쌩쌩 지나치며 바람을 일으켰고, 이 매서운 찬 바람만이 여성의 눈물을 데려가고 있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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