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철저한 조사 통해 진실 밝혀져야"
학부모들 수차례 민원… 시교육청 담당관 "접수 사실 몰랐다"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횡령과 사기,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으로 지난 6일 구속기소된 인천 제물포고 전 야구감독은 최근까지 학교를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특히 학부모들이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감독 등 야구 관계자들의 비리 의혹을 감사해달라는 민원을 인천시교육청에 제기, 시교육청은 감사를 해 놓고도 경찰 수사를 이유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속된 감독은 구속되기 2~3일전까지 야구부 감독직을 유지했으며,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야구부장은 현재까지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모든 피해는 야구부 학생들이 떠 안고 있다.
◆학교와 시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월 제물포고는 학부모들과 후원회로부터 각각 고소·고발을 당한 야구감독 A씨를 감독 공모를 통해 다시 선발했다.
지난 2013년 초 코치에서 감독이 된 이후 과도한 회비 납부, 식대 요구 등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야구부 쇄신을 목적으로 신임 감독 공모가 진행됐지만 학교측은 마땅한 '인재'가 없다며 A씨를 다시 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신임 감독 공모에는 30명이 넘는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지원했고 이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지도자들도 있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게다가 현직 감독의 비리 의혹으로 새로운 감독을 선발하는 공모에 해당 감독의 응모를 수락한 것 자체가 학교와 감독 간의 '짜고 치는' 공모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문제가 있는 현직 감독으로 새로운 공모가 진행되는 것인데 그런 공모에 현직 감독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교측은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지난해 말 부터 수차례 시교육청에 넣었지만 시교육청은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무런 행정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감독 역시 '선별직 공무원'이란 이유로 '공무원법'이 적용돼 구속되기 전인 지난 4일 사직서를 내기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증거 부족으로 지지부진했던 경찰 수사와 시교육청의 방관이 맞물리면서 고소·고발이 된 이후 약 9개월동안 감독으로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야구부장 역시 같은 '공무원법'이 적용되면서 구속된 감독과 같은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교사로 재직 중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학부모는 "시교육청에 여러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언제나 답변은 같았다. 경찰 조사 중으로 따로 조사를 못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구속된 감독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장도 마찬가지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조사가 빨리 끝날거라곤 하지만 그때까지 내 아이를 맡겨야한다는게 불편할 뿐이다"고 푸념했다.
◆ 거짓말 하고 있는 인천시 교육청
<더팩트>는 사실 확인을 위해 시교육청 감사실 담당관에게 전화 연락을 했지만 담당관은 제물포고에 대한 민원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관은 "제물포고 야구부에 대해 접수된 민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 전 받아본 적이 없다. 제물포고 비리 의혹 사건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면서 "모든 민원이 감사실에 오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이 저를 알고 있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구속된 감독이 최근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 공무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를 받는다고 무조건 직무에서 배제시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야구부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K씨는 "'인천시의회 김강래 의원님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이 (야구부 비리에 대해) 조사중에 있다. 곧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말했다"며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로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 시 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 3월 5일 인천시의회 김강래 교육위원장이 주최한 학부모 간담회에서 "조사중에 있다. 상당부분 사실을 확인했다.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했다.(2021.03.05 출고된 인천시 교육청 "제물포고 L 전 야구 감독 ‘합격’ 취소할 것" 기사 참고)
결국 시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로 수개월간 야구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학부모, 철저한 수사 통해 진실 밝혀야
경찰은 지난 9개월간 수사를 통해 야구부 감독을 구속했다. 수사초기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야구부 총무가 입을 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몇차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경찰에 의해 전 야구감독은 장학금 부분에선 혐의를 벗어났지만 횡령과 사기,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의 혐의는 벗어나지 못해 결국 구속됐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야구부장과 총무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J씨는 "총무가 학부모들한테 돈을 걷어 사용했으면 이에 대한 결과를 학부모들한테 보고했어야 했는데 단 한번도 없었다"며 "투명한 회계처리를 위해 CMS 계좌 개설을 요구했지만 학교 (야구부장 등)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상당한 금액이 총무한테 들어갔는데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다.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 사용처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서 "주위에서 야구부장이 큰 금액의 돈을 받고 사회인 야구 리그에 '학교 운동장을 사용토록 해 줬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만큼 이는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구부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야구부장은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화로 설명할 순 없지만 저는 비리와 무관하다"며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고 해명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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