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법감시위 전문위원 선정 놓고 "의견 진술 기회 달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를 지정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 지정 문제를 놓고 재판부와 격돌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5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의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몫), 홍순탁 경제금융센터 회계사(특검 몫),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변호인 몫)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각각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특검 몫의 홍 회계사에 대해 변호인단은 "홍 회계사가 소속된 참여연대는 준법감시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는 등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 역시 변호인단 몫의 김 변호사를 놓고 "삼성이 연루된 다수 사건에서 (삼성 측) 변호인으로 활동해 중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특검은 이같은 의견을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반려했다. 이미 특검이 의견이 담긴 서면을 제출했기 때문에 '의견 청취서를 보내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의견 들어야 한다'는 대법원 예규상 의견 진술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이유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문심리위원) 지정 전이라고 안된다 하고, 지금은 지정 후라서 안된다면 사실상 의견 진술 기회를 안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구구절절 의견 진술 기회를 안 주시는 것에 강한 의문을 표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전문심리위원 지정) 취소 신청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라도 하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의견 진술) 기회를 준다면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의견 진술 기회를 놓고 재판부와 특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재판이 휴정되는 일도 발생했다.
특검 측이 "김 변호사는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해왔다"며 이의 사유를 설명하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이 부장검사는 "의견을 말하는 건데 무슨 피의사실을 말한다는 거냐"고 맞섰고, 이를 중재하던 재판부와 날선 설전이 오갔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시냐. (법정 경위에게) 마이크 좀 이복현 부장검사님께 드려라"라며 "재판 과정에서 제가 말 끊은 적 있느냐"고 이 부장검사에게 물었다.
이에 이 부장검사 역시 "지난 기일에도 끊으셨다"고 날선 대답을 하며 법정 분위기가 과열됐고, 결국 5분간 재판이 휴정됐다.
재판이 재개된 뒤 특검 측은 "김 변호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부분을 검토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전문심리위원 지정에 변호인의 이견은 없다"며 "다만 준법감시위 활동 내용에는 수많은 기업 정보가 있기 때문에, 위원들께서 자료 보안에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문심리위원 중 한 명인 강 전 재판관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강 전 재판관은 "내일 오전 전문심리위원들이 모여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며 "현장 방문이나 관계자 면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일 오전 결정되면 특검과 피고인 측에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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