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기술 유용' 행위 역대 최고 과징금 9억7000만 원 부과
[더팩트|윤정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부품 단가를 낮추려고 하도급 업체의 핵심 기술 자료를 받아 다른 납품업체에 전달했다가 10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했던 삼영기계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 자료를 빼앗아 다른 경쟁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선박용 디젤엔진을 개발했지만 핵심 부속품인 피스톤은 국외업체에서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2003년 당시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진 삼영기계에 피스톤 국산화를 요청했고, 연구개발 끝에 국외제품을 대체할 피스톤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협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삼영기계에 피스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부품, 제조 공정별 설비, 관리항목 등이 포함된 핵심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불응시에는 (피스톤)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거래 중단 압박을 넣기도 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제품에 불량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지만 실상 목적은 '비용절감'에 있었다.
삼영기계가 넘긴 자료는 현대중공업을 거쳐 다른 A업체로 흘러갔고 결국 A업체에서도 피스톤을 생산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초까지 3개월간 삼영기계의 단가는 11%가량 깎였고,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는 삼영기계와의 거래를 아예 끊었다.
현대중공업에 막대한 피해를 본 삼영기계는 결국 이 사건을 경찰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A사에 제공한 자료가 피스톤 관련 사양 등이 담긴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기술 유용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정위는 "A사에 제공된 자료에는 삼영기계의 피스톤 공정 순서와 품질관리 방안 등 기술이 포함돼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영기계 피스톤은 세계 3대 제품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삼영기계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기술 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제품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이었다"며 자료 요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자료도 요구했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자료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결국 공정위는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기술 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법상 상한에 가까운 9억7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술 유용 사건은 법위반에 따른 부당이득액 산정이 어려워 최대 10억 원의 정액과징금이 적용된다. 금번 현대중공업에 내려진 과징금은 그동안 기업의 기술 자료 유용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액수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며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받으면 검토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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