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키코 분쟁조정 은행 협의체 최초로 참여
[더팩트│황원영 기자] 은행권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는 은행 협의체에 시중 은행 최초로 참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 분쟁조정안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6개 은행들은 30일간의 추가 유예기간을 얻었다. 업계는 최근 DLF(파생결합펀드)·라임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은행권이 소비자 신뢰와 제재 수위 완화 등을 위해 키코 분쟁 조정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8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추가 분쟁 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에 참여한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나머지 피해 기업들에 대한 배상 금액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조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금감원은 4개 기업의 피해 금액·기업 규모·은행 책임 등을 감안해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시티 등 6개 은행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기업에 대한 배상 비율 하안선은 10%로 결정했다.
금감원이 추린 자율대상 기업은 147곳이다. 키코 계약 당시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로 계약을 체결(오버헤지)한 기업들이다.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모두 11곳으로 이들 중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랫동안 끌어온 키코 관련 분쟁을 끝내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단순히 배상금 지급 의무 여부를 떠나 피해 기업과 고통 분담을 통해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협의체가 구성되면 금감원이 제시한 피해기업 중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는 배상 기업을 정하고 자율조정을 통해 배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한·KB국민·우리·NH농협·SC제일·씨티·IBK기업·KDB산업·DGB대구·BNK부산 등 나머지 10개 은행의 의사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하나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힌 이상 나머지 은행들 역시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에서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다른 은행들이 참여하게 되면 같이 배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부 은행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 협의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는 다음 달 결정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6개 은행에 분쟁조정안 수용여부를 8일까지 통보해달라고 했으나 은행들이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면서 30일 연장했다.
업계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DLF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키코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DLF 손실과 관련해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두 은행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게 될 경우 다른 은행들 역시 배상안에 대해 대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KEB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시티은행 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다만,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다른 키코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 732곳이 3조 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됐으나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한 후 재조사를 지시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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