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불법 입증 넘어야 할 산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근무 당시 감독 대상 업체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최근 박형철(51)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46) 전 청와대 특감반장을 불러들이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성립하려면
27일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 비서를 지내는 등 여권 인사로 꼽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때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덮으려고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하급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형법 123조)와 직무유기(형법 122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최근 박 비서관을 불러 조사한 결과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죄"로 공무원의 직권 범위와 남용 행위 판단이 모호해 하급심 법원에서도 열심히 다투는 혐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민정수석은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는 업무를 총괄해 공직자 감찰에 대한 직권을 갖는다. 그러나 감찰 중단 지시 자체를 남용으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이 따른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검찰 수사결과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감찰 중단을 지시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당시 파악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더 이상 감찰의 필요성을 못 느껴 중단했는지, 아니면 범죄가 성립할 정도로 불순한 목적으로 덮으려 했는지 신빙성 있는 증언과 객관적 물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기본권 침해 여지가 다분한 감찰을 진행하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처럼 구속 등 강제수사를 못하는 상황에서 기본권을 보장받는 개인인 유 전 부시장을 계속 감찰할 정도로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감찰 중단 판단은 민정수석의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중단 행위 자체보다 경위를 살펴야 한다.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비위 내용을 놓쳤을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감찰 행위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불필요한 감찰을 중단하는데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 감찰 중단만 놓고 직권남용을 의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통해 불순한 목적으로 감찰을 무마했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될 정도로 범죄가 소명됐다는 사실 역시 직권남용의 근거로 보기 미약하다. 이런 논리라면 검찰도 어떤 사건을 수사할 경우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을 텐데 다 직권남용이고 직무유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민정수석실 감찰 대상 아니면 첩보 덮어야?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해 3월 경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에 착수했다.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은 김 전 시장의 수사는 2달 동안 이뤄져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의혹이 제기된 김 전 시장은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야권에서는 새누리당 출신인 김 전 시장을 노린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김 전 시장의 첩보를 입수한 민정수석실에서 선거구 관할청인 울산지방경찰청에 수사를 '하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장처럼 선출직 공무원은 민정수석실 감찰 대상이 아니라 명백한 월권이라며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모든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성상 선출직을 포함해 고위 공무원 비위 첩보가 쏟아진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관례상 선출직 공무원의 첩보까지 받아왔다면 감찰도 아닌 관할 수사기관으로 첩보를 넘겼다고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 인사의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그 바탕에 청와대의 정보 이첩이 있었다는 정황이 의심스러울 수 있다. 수사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선출직 공무원 첩보를 이첩했다는 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이르다. 관례상 지자체장 첩보도 받아 왔다면 민정수석실 업무부터 제대로 분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관례를 떠나 첩보이첩 행위만 놓고 봐도 위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 역시 "민정수석실에서 다룰 수 없는 선출직 공무원이라 관할서에 이첩한 걸 불법이라며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다소 과하다"며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민정수석실에서 지자체장 첩보를 입수했는데 '담당이 아니니 덮자' 식으로 처리했다면 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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