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잇는 일가족 극단적 선택…해법은 공동체 회복과 '이웃'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거지. 돌아가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막을 수 없는거 아냐?"
"복지사각 지대가 문제니, 우울증이 문제니 그렇게 표현을 하는 거 자체가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들이지."
"근데 그 분들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아무튼 기자들이 사정도 잘 모르고 뭐든 딱 단순화해서 명분에만 사로잡힌 기사를 쓰는게 문제야."
인천시 계양구 모 주민센터 앞 벤치에서 직원들이 나누고 있던 대화의 일부다. 이 주민센터 관할 모 임대아파트에서 살며 정부로부터 주거급여를 받던 40대 여성 등 4명은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증평 모녀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인천에서 터졌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일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길은 없을까.
<더팩트>는 22일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해법을 찾아봤다. 전문가들은 복지망 확충과 더불어 '정서적 위기'에 빠진 가정의 고립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의 복지 정책만으로 이런 비극을 다 막을 수 없다"며 "고립무원에 빠져 있는 한 가족, 한 개인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지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며 "만약 저 인천 일가족에게 이웃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그들은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더팩트>와 만난 이 씨의 이웃 주민 김모 씨는 "서로 어울려야 사정이라도 좀 알텐데 (이 씨가) 다른 주민과 인사는 가끔 했지만, 서로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씨의 또 다른 이웃주민은 "개를 키우려고 베이비룸까지 산 것 같은데,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 보니 외로워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딱 그 고비를 못 넘은 것 같다"고도 했다.
결국 이 씨 가족이 아파트 속에서 홀로 고립된 채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 역시 이런 시각으로 '가족 동반자살' 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우리 인간에게는 모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며 "그것이 무너지면 결국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자신의 생명조차도 하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업은 돈벌이를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서로가 인정하고 또 인정받는 중요한 네트워크"라며 "송파 세 모녀든 인천 일가족이든 직장 내 대인관계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사건의 경우는 아직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굶어죽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며 "죽음의 방식도 그렇고 이건 이 씨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의지가 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모두가 대학을 나와서 화이트칼라가 될 수 없다"며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또 누군가는 막노동도 한다. 어떤 사회적 기준점에서 벗어나면 패배자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과잉교육을 비롯한 구조적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복지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견해도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빈곤에 빠졌을 때 우리들은 나약해진다"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가난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 바꿀 수 있다면 이러한 비극들은 확실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우리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기초수급비의 현실화"라며 "마지막 순간에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걸 일반화할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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