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법인 지분 99.96%…5년 간 로얄티만 350억 원에 배당까지
[더팩트|이민주 기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 유니클로와 ABC마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는 경영진의 발언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니클로와 달리 ABC마트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에 있는 ABC마트 4곳을 찾았다. 가장 먼저 방문한 서울 중구에 있는 ABC마트의 경우 매장 문을 연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10여 명의 고객이 매장 안을 채웠다. 인근 또 다른 ABC마트 매장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층으로 구성된 매장 내부에는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여 명 정도의 고객들이 분주한 움직임으로 원하는 신발을 찾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 대부분은 'ABC마트가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변했다. 그나마 "알고 있었다"고 대답한 고객들 역시 실제 구매 목적이 아닌 신발을 구경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로 중구에 있는 한 ABC마트 매장을 찾은 이모(26)씨는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 "실제로 신발을 사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사이즈를 보려고 온 것이다. 실제 구매는 해당 제품 브랜드의 온라인몰을 통해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부는 매장 방문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ABC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 신발 브랜드에서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서울 시내 한 ABC마트 관계자는 "(한정판 제품 가운데) 일부 수량이 ABC마트에 배정 됐고, 입고 당일 매장 앞에는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한 손님들이 아침부터 긴 행렬을 이뤘다"며 "해당 제품은 출시 당일 모두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같은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한정판 신발이 ABC마트에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구매하기 위해 왔다"며 "이번 한정판 모델 구매를 기점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를 제외한 다수 고객은 ABC마트가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에 관해 인지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ABC마트 매장을 찾은 신모(30)씨는 "ABC마트에서 미국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나이키 제품 등을 취급하고 있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멀티숍이라고 여겼을 뿐, 일본 회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매장 직원들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불매운동과 관련한 질문에 하나같이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면 나가 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분이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ABC마트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ABC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게시물이 확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고객들로 붐비는 ABC마트 내부 사진과 더불어 "여전히 많은 사람이 ABC마트가 일본 회사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외출한 김에 ABC마트에 들렀다"며 "불매운동으로 여파로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장은 상황은 불매운동 전과 다르지 않았다"(godk***)고 말했다.
ABC마트를 운영하는 ABC마트코리아는 일본 본사가 지분의 99.96%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설립 당시만 해도 일본 법인 ABC-MART, INC(이하 일본 법인)가 지분의 51%를 투자하는 한일 합작사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법인의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현재는 대표이사가 가진 0.04%를 제외한 모든 지분이 일본 법인에 있다.
실적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ABC마트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114억 원으로 전년보다 7.7% 상승했다. 지난 한 해 동안 427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으며 당기순이익도 351억 원이었다.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일본으로 흘러갔다. ABC마트코리아가 지난해 로열티의 명목으로 일본 법인에 지급한 금액은 81억5978만 원이다. 이는 ABC마트코리아가 지난 2010년 ABC-MART, INC와 상표권 및 브랜드 판매권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ABC마트코리아는 매년 매출의 일정액을 일본 법인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일본 법인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ABC마트코리아가 일본 법인에 지급한 로열티는 60억 원, 2015년 63억 원에서 2017년 77억3699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의 로열티를 모두 합하면 350억 원이 넘는다. 배당금 역시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40억 원, 67억 원씩을 일본 법인에 지급했다.
ABC마트에 대한 불매운동 분위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조금씩 확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은 불매운동이 확산한 것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매출 동향과 관련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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