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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트럼프 '압박' 아닌 '세일즈'…재계 '안도' 그리고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각 그룹별 추진해 온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총수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이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동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각 그룹별 추진해 온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총수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이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동률 기자

트럼프 만난 대기업 총수들 안도 속 미묘한 온도차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금까지 대미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계의 눈과 귀가 쏠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남은 '반(反) 화웨이 캠페인' 동참 압박과 같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찬사와 감사의 메시지만 남긴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매듭지어졌다.

미중 무역 갈등 기조 속에 어느 한쪽의 편에 서지 않아도 되는 물리적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미 투자'라는 화두에 관해서는 그룹별로 나름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 삼성 이재용·SK 최태원·LG 구광모 '급한 불 껐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영인 SPC 회장, 경제단체장으로 활동 중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주요 그룹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회동을 앞두고 재계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을 향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제 동참 주문을 할지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30여 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려했던 '압박 카드' 대신 기업인들을 치켜세우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쪽을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제 동참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과 SK, LG그룹 등 다수 대기업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제 동참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과 SK, LG그룹 등 다수 대기업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양국 간 무역전쟁에 사실상 '휴전'을 선언,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5대 그룹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노선 정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 데 가장 안도한 곳으로는 LG그룹이 꼽힌다. 이동통신 계열사 LG유플러스가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하면서 화웨이 사태에 따른 사업 차질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데다 그룹 시총 1위 계열사 LG화학은 최근 중국 로컬 1위 브랜드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친중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화웨이를 최대 반도체 수입처로 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급 중단 요구를 받을 경우 샘범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대중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해 그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 현대차 정의선·롯데 신동빈, 대미 투자 '청신호'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수년째 곤욕을 치른 현대차, 롯데그룹의 수장은 대미 전략 수립에 청신호를 켜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사실상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관세 폭탄' 리스크를 해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한미 동맹은 이전보다 더욱더 굳건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동차 기업들에 관해서도 양국 간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부터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관세부가가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 규모만 업계 추산 2조 원을 훨씬 넘어선 만큼 정 수석부회장에게 '관세 리스크'는 반드시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혀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현지 외신 보도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6개월 미루고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징벌적 관세 대상에서 면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지 한달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기업 총수들간의 면담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과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모습 /남윤호 · 이동률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기업 총수들간의 면담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과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모습 /남윤호 · 이동률 기자

신 회장이 추진하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날 회동에 참석한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대미 투자를 화두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지난달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에탄크래커 공장에 3조6000억 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공언한 바 있는 신 회장은 이날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로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신 회장과 면담 이후 트위터를 통해 "한국 기업의 최대 규모 대미 투자로 미국인의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어 냈다"며 호평한 데 이어 이날 회담에서도 그는 신 회장의 '통 큰' 투자의 성과에 관해 거듭 강조하며 감사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날 회동이 30여 분 동안 진행됐고, 국내 총수들의 발언 기회도 없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중국과 더불어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가는 국내 기업에 거듭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하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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