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日 롯데홀딩스 주총서 이사 선임 제안…신동빈 해임안 제출 않기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백기를 들지 않았다.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주총) 안건으로 자신의 이사 선임 건을 제안하며 경영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해임 건을 제안하는 등 '다툼 분위기'를 형성한 건 아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를 놓고 "화해 제안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진정 화해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안건으로 자신의 이사 선임 건을 제안한다고 20일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오는 28일 또는 29일 도쿄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이사 선임 건을 제안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 건만 제안한 것은 신동빈 회장에게 시도해온 '화해 제안'의 연장선에 있다"며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그룹 전체를 위해 신동빈 회장과 과거 응어리를 풀고, 향후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 안정화를 실현하자는 화해의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신동빈 회장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신동빈 회장 구속 당시 보낸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분리해 각각 경영하자는 내용의 '화해 편지', 설날에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 '설날 편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기소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선처를 구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 시도와 관련해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뤄왔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에 직접 화해를 요청하기보다는 언론에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화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화해 제스처를 보낼 때마다 롯데그룹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것도 언론을 통해 총수 일가의 사생활이 공개돼서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탄원서와 편지가 공개될 때마다 진실된 화해 의지보다 자신의 경영 복귀를 목적에 둔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해임 건을 제안하지 않은 건 의심 받았던 진정성을 확인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정기 주총이 열릴 때까지 화해 제안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답변을 계속 기다릴 예정"이라고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번 주총 안건을 활용해 또 한 번 '화해'를 강조했지만,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두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 건을 제안하지 않은 것을 놓고 '온전한 화해 시도'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임기가 올해 만료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신동빈 회장에 대해 굳이 해임 건을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 해임 건을 제안하지 않은 것을 놓고 무엇을 크게 결단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주총 안건 제안과 화해 시도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주총 안건 상정과 결정은 경영진과 주주에 의해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안건 제안은 자신의 경영 복귀를 위한 움직임일 뿐이다. 사적 영역인 신동빈 회장과의 화해를 이번 주총 건과 연결 짓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측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안건 제안에 대해 "상법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앞서 5차례 경영권 표대결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경영권과 관련한 법정 다툼에서도 연이어 패하며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자신을 부당하게 해임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본 롯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자신의 해임 무효 소송에서도 패한 바 있다. 롯데,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등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제기한 약 62억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기각됐다. 국내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한 사단법인 선의 후견 활동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제기한 '후견인 변경 및 공동후견인 선임'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의 지분 의결권 행사 위임장 효력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소송도 신 전 부회장 뜻대로 되지 않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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