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흠·이장우·윤영석·성일종 이창수 등 5인,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규탄 삭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양복 상의 자켓을 벗고 흰색 와이셔츠만 걸친 자유한국당 인사 다섯 명이 나란히 의자에 앉았다.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비롯해 이장우·성일종·윤영석 등 국회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었다. 자원한 당원들이 나와 이발기기로 이들의 머리카락을 깎기 시작했다. 긴 머리카락들이 힘 없이 어깨와 무릎, 바닥으로 떨어졌다.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응원을 위해 나온 당원들은 계속해서 애국가를 반복해 불렀다. 몇몇 당원들은 눈물이 났는지 옷 소매를 눈가로 가져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훌쩍이는 소리는 더 커졌다. 전날 이미 가장 먼저 삭발한 박대출 의원을 비롯해 김성태·정진석·이완영 의원 등 동료들도 나와 이를 지켜봤다. 박 의원도 처음엔 가만히 지켜보더니 곧 황급히 손을 눈가로 가져가 비볐다.
이들의 삭발식은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진행됐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당원 70~80여명도 응원을 위해 나왔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삭발할 인사들이 도착할 때마다 당원들은 해당 인사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으나 전반적으로 침울했다.
다섯 명은 성명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그 추종세력이 불법 야합으로 선거법·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폭거에 삭발 투쟁으로 항의하고자 한다"며 삭발식의 목적을 밝혔다.

곧바로 다섯 명에 대한 삭발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으로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삭발을 받았다.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동료 국회의원들은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김성태 의원은 허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응시했다. 정진석 의원도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당원들의 애국가는 1절부터 4절을 거치고 나서도 삭발이 끝나지 않자 다시 처음부터 불러졌다.
삭발은 10분 만에 끝났다. 다섯 명의 검은색 머리카락은 모두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삭발식이 자그마한 불씨가 돼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를 막는 밀알이 됐으면 한다"며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헌법 수호를 위해 우리나라 미래 위해서 다함께 싸우러 가자"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자유 대한민국을 바로 잡고 헌법 바로 세우는 작은 물방울 6개가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 작은 물방울이 강줄기 이루고 큰 바다 이뤄서 헌법 파괴하는 저들을,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저들을 집어 삼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애초 이날 삭발식엔 의원 10명이 동참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삭발식에 동료의원 11분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우리 다섯 명이 먼저 하고 2차, 3차에 걸쳐서 릴레이식으로 (삭발식을) 진행하도록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참으로 볼썽사납다"고 비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한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더 이상의 정쟁을 중단하고 나라와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한국당 해산 청원이 순식간에 165만 명을 넘고 있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한국당은 엄중히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은 민의의 중요한 바로미터이기도 한 청원 숫자를 '조작이다'는 둥, '숫자는 의미 없다'는 둥, 애써 부인하더니 마침내 '북한이 개입했다'며 가짜뉴스를 흘리고 있다"며 "당분간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국민 여론에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것은 공당이 할 일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1세기 야당이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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