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차별화 어려움 극복하기 위해 'S펜'에 집중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여름 휴가 기간 때 일이다. 친구 5명이 조그마한 호프집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근황을 전하느라 서로 바쁘지만 필자의 눈길을 끄는 건 어김없이 스마트폰이다. "뭐가 좋아서 샀어?"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 문제(?)는 친구들의 대답이 그리 성의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냥 샀단다. 100만 원이 넘는 제품을 구매하면서도 뚜렷한 이유가 없다.
평소 다른 만남에서도 대개 이렇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같은 개인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이들이 있다. '갤럭시노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특히 내장된 'S펜'을 꺼내 들고 메모 기능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노트 부심(갤럭시노트+자부심)' 또는 '펜 부심(S펜+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디자인 감성'을 내세우듯 '갤럭시노트' 사용자에게도 'S펜'이라는 제품을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다.
이렇듯 'S펜'은 '갤럭시노트' 사용자의 자랑거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품 자체가 펜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발상에서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처음 '갤럭시노트'와 'S펜'을 공개했다. 이후 기술 혁신을 거듭했고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매년 하반기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갤럭시노트'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됐다.
처음 'S펜'의 디자인은 다소 투박했다. 성능도 지금과 비교하면 아쉬웠다. '필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점차 얇고 가벼워지더니 실제 펜의 필기감에 가까운 필압을 지원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8'을 통해서는 '움짤(움직이는 사진)'을 제작하는 등 활용도가 향상됐다. 화면이 꺼져도 필기가 가능한 '스크린 오프 메모'도 100페이지까지 작성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물론 '갤럭시노트'를 'S펜'만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갤럭시노트'는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폰+태블릿) 시장을 개척한 제품으로도 꼽힌다. 실제 'S펜'을 사용하지 않지만 큰 화면을 선호해 '갤럭시노트'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매년 최고 사양을 신제품에 적용해 '갤럭시노트'에는 '스펙 최강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S펜'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품이란 뜻이다.

하지만 현재 고객 입장에서는 '갤럭시노트'의 자랑거리로 'S펜'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대화면이란 장점이 이제 '갤럭시노트'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돼 어느 제품이든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고 있다. 대화면·고사양은 이제 기본이 됐다. 고객으로서는 자부심의 근거로 내세울 만한 게 'S펜'뿐이다.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갤럭시노트'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오직 'S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다. 'S펜'을 통해 실력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S펜'은 삼성전자만 가지고 있는 무기다. 경쟁사에서도 펜 달린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신작 '갤럭시노트9'에서 'S펜'의 성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심으로 돌아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정체성 재확립에 나서는 셈이다. 'S펜'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나온 정보는 아직 색상뿐이다. '갤럭시노트9'에는 노란색 'S펜'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신을 통해 'S펜'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S펜'이 메모뿐만 아니라 일종의 무선 리모컨 역할을 하는 등 활용 영역이 대폭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 전부터 'S펜'에 대한 '갤럭시노트' 고객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것도 이러한 관측 때문이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S펜'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도 큰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9'을 공개하는 행사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자정에 진행된다. 업계는 이 행사의 주인공으로 'S펜'을 꼽고 있다. 새로운 'S펜'이 '갤럭시노트' 사용자의 자랑거리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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