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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추석민심 르포] "다음엔 보수정권이 나와야죠"…TK민심은 이랬다
<더팩트> 취재진은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달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발생한 화마의 흔적(사진 왼쪽)이 남아 있었다. /대구=변동진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달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발생한 화마의 흔적(사진 왼쪽)이 남아 있었다. /대구=변동진 기자

[더팩트ㅣ대구=변동진 기자] "요즘 손님이 정말 없어요. 역대 최장 기간 추석 연휴라서 기대했는데… 힘 빠지죠."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강모(53·남) 씨는 <더팩트> 취재진에 이같이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은 지역 대표 재래시장이다. 3~4년 전 추석민심 취재차, 이곳을 방문했을 땐 시장 전체가 활기에 넘쳤고, 중앙 통로에는 상인과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그러나 평일이었던 탓일까. 발 디딜 틈 없던 통로는 휑했고, 이곳 저곳에서 들리던 대구 특유의 정겨운 방언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화마가 휩쓸고 간 4지구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탓에 쓸쓸함을 더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던 수년전과 달리 한산했다./대구=변동진 기자
추석 대목을 앞둔 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던 수년전과 달리 한산했다./대구=변동진 기자

시장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유모(57·여) 씨는 "오늘 두 켤레 팔았다"면서 "설 대목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요즘 다들 메이커(브랜드)만 신어서 그런가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4지구 가림막 밑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40대 여성 주인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자리라도 지키려고 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좀 팔아서 다행"이라며 돈 가방 속 돈을 꺼내 보였다.

지난해 11월 화마로 터를 잃은 4지구 상인들은 서문시장에서 250여m 떨어진 베네시움 건물 1∼4층에 한복, 이불,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점포를 마련했다. 취재진 방문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오픈했으며, 572명 가운데 246명이 2년 6개월 동안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고 장사할 수 있다. 나머지 피해상인도 원하면 5∼7층에 바로 점포를 낼 수 있다.

지난해 화마로 터를 잃은 4지구 상인들은 서문시장에서 250여m 떨어진 베네시움 건물 1∼4층에 한복, 이불,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점포를 마련했다./대구=변동진 기자
지난해 화마로 터를 잃은 4지구 상인들은 서문시장에서 250여m 떨어진 베네시움 건물 1∼4층에 한복, 이불,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점포를 마련했다./대구=변동진 기자

하지만 4지구 인근 상인들은 올해 추석은 지난해보다 더욱 손님이 줄어든 탓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4지구 인근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상인 박모(68·여) 씨는 "거기(베네시움)로 간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 손님이 없어 어제 장사 공친 사람들이 많다더라"면서 "시에서 홍보를 제대로 했을지도 의문이다"고 했다.

서문시장은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곳을 방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곳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선거철만 되면 보수당 후보자들은 지지층 흡수와 TK(대구·경북)민심을 잡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현 정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박 전) 대통령 고향사람으로서 지금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탄핵하고, 그것도 모잘라 재판까지 받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만약 최순실이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됐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김모(58·남) 씨도 거들었다. 김 씨는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표)도 그러는 거 아니다. 대선 때 '향단이' 발언도 그렇고, 이제는 출당 얘기까지 나온다"며 "빨리 보수가 하나가 돼서 다음 정권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북한도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시민들은 붕괴된 보수층과 관련
대구 시민들은 붕괴된 보수층과 관련 "빨리 하나가 돼 다음 정권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대구=변동진 기자

서문시장 앞에서 대기중이던 택시기사 한모(56) 씨는 현 정권의 적폐청산이라는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게 과거 정권 죽이자는 것 아니냐"며 "국민 통합을 한다던 문재인 정권이 이전 정권, 특히 보수 정권을 탄압하는 것에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했다. 이어 "지금껏 진보 정권에서는 적폐가 없었냐. 현재 검찰도 정권의 '개' 노릇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좋지만 이전 정권에 대한 핍박처럼 보이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대구 시민들은 한결 같이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을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듯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졌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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