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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컴퓨터게임 푹 빠졌던 수재, '검은사막' 한류 전도사 맹활약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은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양시 펄어비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은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양시 펄어비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영화·음악보다 해외로 진출하기 쉬운 콘텐츠 산업"이라고 말했다. /안양=임세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류산업을 미래성장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가 단순한 문화를 넘어 종합 현상으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를 이끌고 있는 주요 실무자들을 찾아 현주소를 살펴보고 새로운 한류를 이끌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봤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중학교 때는 방학기간 동안 하루 10시간 게임만 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1학년 시절 '커맨드 앤 컨커'라는 게임에 푹 빠져 학사경고 누적으로 정학을 받았다. 그런 뒤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수능을 봐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에는 그 유명한 '스타크래프트'가 나오는 게 아닌가.

게임업체 펄어비스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하는 함영철(41) 씨 얘기다. 학창시절 게임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그는 이곳에서 세계를 누비며 국산 게임 '검은사막'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열흘 가량 앞둔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양시 펄어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함 실장은 "국내(한국)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개발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았던 해외시장 개척기 이야기가 나오자 "대만에 두 달 있었는데 호텔과 사무실을 오가면서 일만 하느라 관광지는 아예 가보지도 못했죠"라며 껄껄 웃었다.

다음은 함영철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

-검은사막 인기가 요즘 대단하다. 이 게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펄어비스는 7년 전 '세계에서도 통하는 트리플A급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설립됐다. 첫 작품인 검은사막은 펄어비스 현재 이사회 의장인 김대일 PD가 직접 개발한 PC온라인게임 알투(R2)·씨나인(C9) 등을 바탕으로 했다. 제작 초기 콘셉트 문서를 보면 '전작의 장점들을 계승하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시각적 차별성을 추구한다'고 적혀 있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실행하기 위해 실력자들을 계속 영입하고 자체 엔진을 개발·발전시켜 왔다. 검은사막은 2014년 12월 한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다듬어지지 않았다' '조작방식이 어렵다'는 비평을 듣기도 했지만 꾸준히 개발하고 서비스한 결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검은사막의 해외시장 진출 현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검은사막은 한국 출시 이후 2015년 5월 일본과 10월 러시아에 이어 지난해 3월 북미·유럽시장에도 출시됐다. 지난해 11월 대만에서는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서비스를 진행했다. 펄어비스가 게임을 더욱 잘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체 서비스 경험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그 어떤 한국 게임도 크게 성공한 적이 없는 남미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긍정적인 지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터키를 중심으로 한 중동·북아프리카 서비스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검은사막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웃음) 국내에서 PC온라인게임 순위는 PC방 순위로 집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동시접속자 중 PC방에서 즐기는 비중이 20~30%에 달한다면 검은사막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집에서 즐기고 있는 비중이 너무 높아 PC방 순위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잘 나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이 '검은사막'을 즐기고 있다. 그는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이 '검은사막'을 즐기고 있다. 그는 "요즘 하루 2~3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임세준 기자

-검은사막의 해외시장 개척 대박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PC온라인게임은 영화처럼 한번 상영하고 끝나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서비스 속성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각 국가 시장 상황에 맞춰 서비스 품질을 세밀하게 다듬었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북미·유럽에서 페이 투 윈(Pay to win·승리를 위해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임 구조) 논란이 강하게 일었을 때는 현지 이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타 국가에는 없는 '인당 거래소 등록 아이템 개수 제한' 등을 마련했다. 이 지역 이용자들은 강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 우리나라 이용자들과 달리 캐릭터 외모 정도만 바꾸기를 원한다. 이 점을 노리고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시스템을 수정해서 내놨다.

-검은사막의 해외진출이 처음부터 대박 났는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진출한 해외 국가는 일본이었다. 한국과 출시 시차가 반년 밖에 나지 않았고 일본에서 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 오래 가는 경우를 본 적 없어 상당히 긴장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서비스 초기부터 현지 게임들을 쭉쭉 치고 올라가더라.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당시 김대일 대표와 우리 게임이 세계에서도 통할 것 같다는 기대를 나눴다.

-해외 진출 에피소드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남미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로 출장을 갔었던 일이 기억에 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무슨 일로 왔냐, 어떤 사업이냐"를 구체적으로 물어보길래 "검은사막 온라인 개발사에서 왔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친구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어 안다"고 대답할 때가 가장 뿌듯했다. 태국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현장 답사를 위해 현지 PC방에서 여대생과 간이 인터뷰를 한 적 있었는데 "검은사막 개발사에서 왔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 "언제 출시하냐"고 물어보더라.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상위권 게임에 대한 쏠림 현상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 이 때문에 해외 신시장 개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게임은 물론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은 게임도 개발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해야 한다.

-국산 게임에 대한 해외 평가와 선호도는 어떤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제작 국가를 따지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 중 '위처 시리즈' 경우 제작 국가가 폴란드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검은사막도 마찬가지다. 제작 국가보다는 게임이 지닌 수준이 선호도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이 '검은사막' 대표 마스코트인 흑정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형 흑정령 조형물은 펄어비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때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안양=임세준 기자
함영철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이 '검은사막' 대표 마스코트인 흑정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형 흑정령 조형물은 펄어비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때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안양=임세준 기자

-국산 게임(업체)이 놓치고 있는 해외 혁신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에서 자체 게임엔진에 대한 시도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상용 엔진을 사용할 경우 높은 수준의 게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게임의 시각적인 개성이 비슷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해외는 콘솔(비디오) 게임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저마다 특색 있는 자체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사들이 꽤 있다. 이들 게임은 차기작이 출시될 때마다 세계 게이머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래픽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기술 발달을 각자 자체 엔진에 계속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점은 우리나라 업체들이 모바일 유행 이후 놓치고 있는 혁신이지 않을까 싶다.

-해외시장 진출 시 꼭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사소한 것이라 생각했더라도 현지 이용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은사막이 한국과 일본에 출시할 때까지는 남자 캐릭터에 대머리가 없어도 별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유럽에서는 캐릭터 꾸미기 선택사항에서 대머리를 요구하더라. 피부색을 더 어둡게 바라기도 했다. 각 국가별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꼼꼼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성공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펄어비스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나라 가운데 주목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

터키, 중동·북아프리카,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이다. 이들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PC온라인게임 시장이 건재하면서도 한동안 신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은사막에 대한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여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중국(판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사드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판호를 얻은 게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이라면 판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지만 정치적 이슈와 결부되어 있으니 조심스럽다.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펄어비스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중국 스네일게임즈와 지난 6월 계약을 맺었고 판호만 나오면 짧은 기간 안에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게임 한류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게임은 영화·음악보다 해외로 진출하기 쉬운 콘텐츠 산업이다. 배우·가수가 필요한 영화나 음악과 달리 성별·인종을 뛰어넘은 게임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외형이나 이야기, 감성 등을 만들어 내기가 쉬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검은사막이 기본적으로 중세 유럽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은 해외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는 시대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만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인 캐릭터인 무사·매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게임이 한국산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계속 알리고 있다.

함영철 실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다음 뉴스·아고라·tv팟 기획 및 운영(2004년 5월~2007년 12월) △넥슨 소셜게임 넥슨별 기획팀장(2008년 1월~2011년 11월) △다음 검은사막 PM·다음게임 퍼블리싱 본부장(2011년 12월~2016년 3월)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장(2016년 4월~현재)

게임업체 펄어비스는··· PC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을 세계 7개 권역 10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북미·유럽·러시아·일본·대만에서는 쟁쟁한 현지 게임들을 제치고 최고 순위 1위에 올랐다.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기준 765만 명에 이른다. 출시 일부터 2년 6개월 사이 벌어들인 누적 판매액은 3400억 원 이상이다.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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