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독일산 디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BMW로 대변됐던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이 이젠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무장한 일본 렉서스, 토요타까지 합세하며 4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고연비를 앞세운 디젤 차량이 배출가스 조작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며 독일 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산 하이브리드 차종이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다.
2017년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의 강세가 뚜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종은 1월 1435대(8.6%)를 시작으로 2월, 1504대(9.3%), 3월 1755대(7.9%), 4월 1720대(8.6%), 5월 1798대(9.3%)를 작성하더니 6월엔 2405대(10.1%)로 처음으로 2000대 판매량과·두 자리 수 점유율을 돌파했다. 7월엔 시장 점유율 11%대(11.2%·1983대)를 넘어서더니 지난달엔 12.3%(2152대)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8월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64.7% 증가한 1만4752대를 기록했다. 반면 디젤 차량은 지난해(9만2626대)와 비교해 18.4% 떨어진 7만5541대에 그치고 있다.
8월까지 브랜드별 판매 순위를 보면 벤츠가 4만8461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BMW(3만291대), 렉서스(8147대), 포드(7457대), 토요타(7450대)가 '톱 5'를 구성하고 있다. '벤츠· BMW'가 여전히 양강 구도를 굳건히 구성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운 일본 '한 지붕 두 가족' 렉서스와 토요타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먼저,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를 앞세운 렉서스의 성장은 무섭기만하다. 지난해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1만594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 진출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 2001년 한국에 상륙한 렉서스는 2007년까지 꾸준한 성장세(841대, 2968대, 3774대, 5362대, 5840대, 6581대, 7520대)를 보였다. 진출 첫해 LS430 모델이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올랐고, 이듬해엔 ES300이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엔 ES300(2위), ES330(3위), LS430(5위), RX330(6위)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2004년엔 ES330과 LS430이 1, 2위를 싹쓸이했다. 2005년과 2006년엔 ES330과 ES350이 각각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고, 2007년엔 ES350이 2위에 오르며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고연비와 강력한 파워로 무장한 독일산 디젤 차량의 역습에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0년 판매량은 7년 만에 3000대대(3857대)로 떨어지더니 2015년까지 5000대 이상을 팔지 못했다. 이 기간 렉서스의 어느 모델도 '베스트셀링카 톱5'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후폭풍과 정부의 디젤 차량 규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렉서스 역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렉서스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는 지난해 모두 6112명의 선택을 받아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올랐다. 2위 벤츠의 E 300(6169대)과 고작 57대 뒤진 수치였다.
렉서스의 상승세는 2017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ES300h는 지난 5월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최초로 월 판매량 1위에 올랐다. 6월엔 3위(727대)로 잠시 주춤했으나 7월에 다시 1위(660대)로 올라서며 건재를 보였다.

특히 올해 토요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0년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토요타는 2012년 1만대 판매를 돌파(1만795대)하며 무서운 저력을 보였지만, 이후 독일산 디젤 엔진에 밀려 주춤했다. 2013년 판매량은 7000대 수준(7438대)으로 떨어지더니 이듬해엔 6840대로 하락했고, 2015년엔 7825대에 그쳤다.
하지만 디젤게이트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9265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7월엔 1047대를 팔아 올해 처음으로 1000대를 돌파하더니 지난달엔 1210대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8월까지 7450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5738대)과 비교해 약 30% 오른 수치를 보였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연 판매량 1만대 돌파는 물론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최고 성적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분위기다.
토요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월이면 주력 모델인 캠리 8세대가 출시된다. 완전 변경 모델인 '뉴 캠리'는 토요타의 '좋은 차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라 주행 안전성, 디자인, 엔진·트랜스미션·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 개선됐다. 토요타는 지난 1일부터 '뉴 캐리' 사전 계약을 받고 있다.
토요타 코리아 측은 '캠리 하이브리드를 통해 도요타의 주행 성능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12일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클린 디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사회 기조가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디젤이나 미세먼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고 완충 모델이 하이브리드 차량인데 세계적으로 토요타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세계 시장에서도 일본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이 반 토막이 났는데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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