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스포츠
[TF프리즘] AFC의 제주 징계는 과도한가?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제주 유나이티드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받은 징계는 정말 과도한 것일까?

AFC 징계윤리위원회는 8일 긴급 회의를 열고 지난달 31일 AFC 클럽 대회에서 벌어진 사태들에 대해 논의하고 징계를 결정했다. 그 내용은 해당 팀들에 통보됐고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징계 내용과 그 이유가 공표됐다.

AFC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와 경기에서 빚어진 폭력 행위와 관련해 가장 큰 징계는 조용형에게 내려졌다. 6개월 자격정지에 제재금 2만 달러다. 후반 백태클을 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 조용형은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의 몸싸움이 벌어진 그라운드로 들어가 손으로 주심을 밀었다. 이 행위를 인정한다면 징계에 대해 항변의 여지가 전혀 없다. 심판에 대한 물리적인 위협은 개인에 대한 폭력을 넘어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징계윤리위원회가 제주-우라와전의 폭력 행위보다 더 심각하게 여긴 것은 같은 날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다룰 타짐과 필리핀의 세레스FC간에 벌어진 AFC컵 경기였다. 조호르 다룰 타짐의 모흐드 파리잘은 퇴장당한 뒤 주심의 가슴을 주먹으로 밀었고, 선심과 대기심의 몸에도 손을 댔다. 그에게 내려진 징계는 12개월 자격정지에 제재금 4만 달러다. AFC는 징계를 결정하면서 심판을 위해하는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백동규는 3개월 자격정지에 제재금 1만5천달러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경기 중 몸싸움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지난 2015년 ACL 레퀴야와 알 나스르 경기에서 남태희를 폭행한 파미안 에스토야노프에 대한 징계가 6경기 출전정지였던 점을 들어 백동규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에스토야노프의 폭력이 훨씬 심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문제는 백동규가 벤치에 있던 교체 대기 선수였다는 점이다. 축구 규칙은 '경기장'과 '공'에 이어 '경기자의 수'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교체 대기 선수가 경기 중인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폭력까지 행사하다 퇴장당했으니 다른 경우의 폭력 행위와 비교하며 징계의 경감을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권한진에 대한 징계는 2경기 출전정지에 제재금 1천 달러다. 경기 후 달아나는 상대 선수를 쫓아가며 위협한 것에 대한 징계치고는 무거운 편이지만 AFC가 밝힌 징계 사유는 그가 '경기 후 몸싸움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얼굴을 손으로 쳤다'는 것이다.

제주와 우라와에는 각각 4만 달러와 2만 달러의 제재금을 내도록 했다. 팀 관계자가 경기후 몸싸움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경기 후 "강한 승부욕으로 페어플레이에 어긋난 행동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면서도 "우라와 선수가 승리 세리머니를 우리 벤치 쪽으로 하면서 자극했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의 그같은 행동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심판에 대한 위협과 상대 선수에 대한 폭력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AFC의 징계에 따른 타격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이다. 자성의 모습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 목격했던 장면이다. 전북 현대가 그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궁금하다. 연맹은 회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도 있다.

지난해 아시아 클럽 챔피언이었던 전북은 심판매수 사건의 여파로 ACL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지난 시즌 K리그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던 제주는 ACL 무대에서 폭력 행위로 중징계를 받았다. 연맹으로서는 AFC의 징계를 경감할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오히려 리그 차원의 징계를 검토해야 할 판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의 회복과 실추된 K리그 이미지의 복구가 우선이다.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malish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