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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정세균·정진석·김영우 중 누가 지도자인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수미트라 마하잔 인도하원의장을 예방하는 외부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수미트라 마하잔 인도하원의장을 예방하는 외부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피겨 퀸' 김연아는 고려대학교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안암이 신촌을 향해 "우리에겐 '연아'가 있다"고 외치면 신촌에서는 "우리는 'MB'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양대 사학의 자존심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때 연아와 MB는 어떤 의미에서든 안암의 상징이었다.

이명박 정권시절 안암 막걸리 좌판에서는 '민족 고대'와 'MB고대'가 언성을 높히며 '오늘'과 '내일'을 다투기도 했다. '연아' 콤비네이션 점프 앞에서는 한 목소리로 '안암'을 외치면서도 정치적 시대상황이 안주일 때는 다시는 안 볼것 처럼 으르렁대기도 했다. 당시 친(親)MB-비(非)MB간 간극이 멀었던 기억을 지닌 이들이 더러는 있을 게다. 필자도 그 부류의 어느 한 쪽에 속했다.

집권여당 당 대표의 단식 상황을 두고 누구는 '야(野)투쟁'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밥(食) 투정'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쪽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끝장을 볼 것"이라는 극단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작금의 단식을 '투쟁'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초청 토론에서 '우리 대통령, 우리 대통령'을 줄기차게 외치는 모습을 봤을 땐 '투정'이 떠올려지는 것 또한 감추기 힘든 게 개인적 심정이다.

국회와 정부간의 견제와 균형원리를 실현해야 하는 국정감사가 투쟁과 투정의 파열음 속에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 한 복판에 '안암의 3인'이 얽히고설켜 있어 눈길을 끈다. 정세균 국회의장(고대 법학과 71학번),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고대 정치외교학과 79학번), 김영우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장(고대 정치외교학과 85학번)이 그들이다.

  '국정감사 보이콧'을 유지키로 한 새누리당이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관철하기 위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첫 주자로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청 본회의장 앞에서 단식을 하며 취재진에게 자신이 즐겨 듣는다는 노래 '탈진'을 들려주고 있다./이새롬 기자
'국정감사 보이콧'을 유지키로 한 새누리당이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관철하기 위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첫 주자로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청 본회의장 앞에서 단식을 하며 취재진에게 자신이 즐겨 듣는다는 노래 '탈진'을 들려주고 있다./이새롬 기자

여느 때면 막걸리로 밤을 새울 사이이지만 지금은 거칠게 말하면 '비상시국' 속 국감에서 개와 원숭이 사이로 서로를 확인하고 있다. 파행 국감의 정상화라는 책무를 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비정상화의 한 축에서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모두 그리 자유롭지 않다.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가결에서 촉발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정 국회의장 퇴진 단식 농성으로 20대 국회의 첫 국감은 그들이 그렇게 떠받들겠다고 다짐한 국민들의 빈축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원회의 경우 반쪽 국감이라도 열렸으나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다.

경주 지진, 공공기관 파업, 북한 핵실험, 청년실업, 가계부채,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이슈, 우병우 민정수석거취,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등 국정감사장에서 다룰 현안들이 적지 않다. 올해 국감이슈를 놓고 보면 청와대가 툭툭 던지는 '비상시국론'이 어찌보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할 만큼 의미와 비중도 크다. 그런데 정치가 표류 중이다.

한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돌연 국회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여당 대표의 저의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국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여야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여야 및 국회의장이 명분있는 출구전략을 짜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모색, 국감 정국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29일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감 보이콧'이라는 당론을 뒤로하고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며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에서 첫 국감 사회를 본 걸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의 국방위 개의가 파행 국감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도 일각에서는 없지는 않다. 김 위원장의 소신이 여야 물밑협상을 위한 퇴로를 열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국정통제라는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국감취지를 설명하면서 김 국방위원장은 의사봉을 잡았다. 앞서 김 국방위원장은 27일에도 국감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방위를 열려고 했으나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사실상 위원장실에 감금당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정감사 보이콧'이라는 당 방침을 깨고 국방위 방위사업청 국감을 개시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정감사 보이콧'이라는 당 방침을 깨고 국방위 방위사업청 국감을 개시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국감불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옛날에는 안암골 호랑이라고 해서 선배 말은 무조건 복종을 했는데 요즘은 안그런다"며 개인적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학교 직속 후배인 김 국방위원장의 국감복귀를 막기위해 '안암'을 앞세워 '타이르고' 했지만 결과는 제 갈길을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오히려 "정치를 자기중심으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비판, 학교 후배의 전선 이탈에 서운한 마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정 원내대표가 "부끄러운줄 아세요"라며 퇴진을 요구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과는 다르지만 학연을 중시하는 그 대학의 선배이다. "정세균은 별로 존재감이 없는 이름이었다. 국감파행을 통해 노림수가 있다"는 등 정 원내대표는 연일 정 의장을 향해 직격탄을 쏘아대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안암골 호랑이'의 선·후배는 온데간데 없다. 사실 선·후배가 있는 게 더 문제일 게다. 새누리당 강경노선을 이끌고 있는 정 원내대표의 현 입장에서는 정세균 국희의장의 퇴진없이는 국감에 복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 김 국방위원장의 안암 선배인 정세균 국회의장 입장도 강경하다. 자신의 파트너는 원내대표라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농성은 표면적으로 개의치 않으면서 여당의 공격에 단호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최근 방미일정과 관련한 비위의혹을 제기하자 정 의장은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되받아치는 등 초강경태세다.

막말과 막장 폭로전, 형사고발 등으로 국회가 뒤덮이면서 자칫하면 국감은 물론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될 수 있는 초유의 불상사가 우려되는 지경까지, 정국이 극단 대치로 가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출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여야와 국회의장이 퇴로를 스스로 막으면서 한마디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비(非)의회적 작태를 연출 중이니 보는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이럴 때 안암의 선·후배 정치인들이 묘수를 찾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망상일까. 아무튼 이번 국감 사태가 끝난뒤 정세균 의장, 정진석 원내대표,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안암의 술자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련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아돌프 히틀러는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에 "히틀러는 독일 국민을 지배했을 뿐, 그들을 이끌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 정치분석가는 답했다. 국민을 이끌고 정말 모시겠다는 정치인들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

sunmoon419@tf.co.kr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정감사 보이콧'이라는 당 방침을 깨고 국방위 방위사업청 국감을 개시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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