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사회
[TF현장] 강남 살인사건 그 후..."5분 뒤 안 오면 구하러 와"

'더팩트'는 20일 낮 3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화장실을 찾았다. 문만 잠겨 있을뿐 여전히 출입구가 개방된 남녀 공용화장실이다./강남=한지은 인턴기자
'더팩트'는 20일 낮 3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화장실을 찾았다. 문만 잠겨 있을뿐 여전히 출입구가 개방된 남녀 공용화장실이다./강남=한지은 인턴기자

[더팩트ㅣ강남=한지은 인턴기자] 여전했다. '공용화장실 공포'를 불러일으킨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강남역 일대의 화장실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20일 오후 3시 <더팩트>가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현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처럼 활기찼다. 10번 출구를 가득 메웠던 추모 포스트잇도 사라졌다. 하지만 취재진이 강남역에서 만난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억하며 "여전히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기 무섭다"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 일대 유명술집 10곳 중 4곳이 공용화장실. 10곳 모두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강남=한지은 인턴기자
강남 일대 유명술집 10곳 중 4곳이 공용화장실. 10곳 모두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강남=한지은 인턴기자

우선 강남역 화장실 사건 현장을 찾았다. 1층은 육회집, 2층부터는 노래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화장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저녁 영업 준비가 한창인 육회집 점원 이 모(30대) 씨에게 "화장실을 폐쇄한 것인가, 아니면 따로 남녀 분리 화장실을 마련한 거냐"고 물었다. 이 씨는 "사건 후, 손님들의 불안함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불편하더라도 열쇠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매장에서 열쇠를 가지고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의 문만 잠겨있었을 뿐, 여전히 출입구가 개방된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마침 노래방에서 내려온 여대생 이 모(23) 씨와 김 모(23) 씨를 만났다. "화장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이 이 건물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몰랐다. 강남역에 자주 오지만, 사건 발생지가 이곳인지 몰랐다"면서 "여기는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니고 겉보기에 위험을 느낄만한 곳도 아닌 친숙한 공용화장실이라 생각했다"고 깜짝 놀랐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던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 강남=한지은 인턴기자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던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 강남=한지은 인턴기자

강남역 일대에서 만난 여성들은 공용화장실 사용과 관련해 "겁이 난다" "사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 모 씨는 "사건 이후, 화장실을 갈 때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5분 뒤에 내가 안 오면 화장실로 구하러 오라고 자주 말한다"고 했고, 강 모(24세) 씨는 "음침한 화장실은 괜히 꺼려진다. 가까운 곳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프렌차이즈 카페의 화장실을 이용하려 노력한다"고 공용화장실에 두려움을 드러냈다.

김 모(20대) 씨 "화장실을 이용할 때 그 사건이 생각난다. 그래도 이용해야지 별수 없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 범죄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뿐 아니라 성추행, 몰카 등 혐오성 범죄도 공중화장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최근 '골목길 등 범죄 취약지역'에 내년까지 CCTV 5400여 개를 확대 설치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한, 신축 건물의 남녀 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는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물이 공용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팩트>가 이날 살인사건 발생지를 중심으로 유명 술집이 있는 10곳의 화장실을 직접 방문한 결과, 여전히 잠재된 범죄 가능성에 둔감한 모습이었다. 10곳 모두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고, 이 가운데 4곳이 '남녀 공용 화장실'이었다. 특히 최근 공공 화장실을 중심으로 확대 설치되고 있는 '화장실 내 비상경보벨'은 10곳 모두 없었다.

한 여성이 강남역사 내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강남=한지은 인턴기자
한 여성이 강남역사 내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강남=한지은 인턴기자

강남구청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에서 비상경보벨에 대해 "현재 강남 내에는 안심경보벨이 설치된 곳이 없다. 개인 소유 건물 내의 화장실에 관련해서는 개인 사업자들의 자체적인 해결에 맡긴다"고 말했다.

강남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공원 내에 비상경보벨이 몇 개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정확한 개수는 파악 중이다. 고장 난 것도 정비해 새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라며 "확대의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공용화장실'은 여전히 위험했고, 범죄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geeniou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