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진=신진환 기자] "기자들 수고하지 않게 모셔."
전남 강진에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 인근 흙집에서 칩거하는 손학규(67)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17일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하고 거사(출가하지 않았으나 법명을(法名) 가진 이)를 불러 이같이 요구한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오후 백련사에서 점심 공양을 마친 뒤 홀로 산행을 떠나려고 나서던 참이다.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거사로부터 목도리를 건네받은 단단히 중무장한 그다. 멋쩍은지 그는 "스님 것 뺏어 왔나"라고 거사에게 농을 던진다.
말끔한 등산 차림에 배낭을 메고 나무 지팡이를 멋스럽게 쥔 손 전 고문은 '자연인'과 다름없었다. 고즈넉한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의 터줏대감인 그는 두 번째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속세에서는 연일 구애를 보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힘과 세력 규합을 기대할 수 있는 '황금 카드'라는 이유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지원군으로 동반 탈당한 문병호 의원은 같은 날 "손 전 고문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이 손 전 고문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오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안철수 신당 참여를 거절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로 정계에서 물러났지만, 야권은 그를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역시 꾸준히 손 전 고문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손 전 고문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이들 신당 세력은 구심점, 즉 정치적 큰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당 세력의 구애에도 손 전 고문은 “겨울용 땔감을 준비해놨다”며 당분간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신당 창당 세력이나 새정치연합에 손 전 고문은 꼭 필요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대와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도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야권의 부름에도 손 전 고문은 '부동'이다. 산행을 즐기며 냉수마찰로 수양하는 그만의 '참선(參禪)'을 행할 뿐이다. '정계 복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인가'의 질문에 "수고가 많아요"라며 겨울 산으로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은 초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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