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총자산 규모 40조 원, 국내 유일 육해공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한진그룹에 올해는 매우 뜻깊은 해다.
지난 1945년 조국의 광복과 함께 지금의 한진그룹의 모태 기업인 한진상사가 첫걸음마를 뗀 지 70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오는 17일은 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한 지 13년이 되는 날이다.
"오로지 기업가로서의 소명의식과 국가에 대한 봉사만을 생각했다."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철학은 맨손으로 한국 경제를 틀을 세운 대표적인 1세 기업인의 큰 가르침이자 오늘날 한진그룹의 모든 경영 행태의 근간이다.
운수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수송 외길'의 신념 하나로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굴지의 물류 계열사를 세운 조중훈 회장 업적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후세 경영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시 상황 속에서 기업을 하나의 예술로 여겨 온 조 회장이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창업주의 결실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20대 젊은 나이로 운송사업을 키워내겠다는 일념으로 베트남 전장에 뛰어들어 미군의 군수물자를 수송을 자처한 조중훈 회장이 월맹군의 피습을 받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수송트럭 대열을 진두지휘하며 공포에 휩싸인 직원들을 통솔한 일화는 재계에서 그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자 우리나라에 대한 선진국들의 인식 자체를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은 지금도 미국 국방부 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대한항공의 인수과정에서도 조중훈 회장의 '외고집 경영'은 빛을 발한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지만, 지난 1962년 정부가 설립, 전 세계 20여 개 국영기업 가운데 가장 큰 적자를 내는 '골칫덩어리'라는 오명을 썼던 대한항공공사가 전신이라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조 회장이 기업가로서의 소명의식과 국익 실현에 대한 의지가 얼마만큼 강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수명이 다한 프로펠러 비행기 7대와 제트기 1대, 27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은 회사를 조중훈 회장이 인수 2년여 만에 국내 15개 도시, 17개 노선을 매일 49회 넘게 왕복 운항하는 항공사로 키우며 '전국 1시간대 생활권 시대'를 완성하고, 오늘날 항공화물수송 세계 3위, 여객수송 세계 12위인 시가총액 2조 원 규모의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낼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사업을 하나의 예술로 여긴 조 회장만의 사업철학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조중훈 회장은 '모르는 사업을 절대로 손대지 말라'는 자신만의 사업철학을 '낚싯대론'이라 불렀다. 무작정 여러 개의 낚싯대를 드리울 것이 아니라 포인트를 잡고 하나의 낚싯대로 승부를 걸어야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낚싯대론은 조 회장의 생각하는 성공의 열쇠이자 오늘날 한진이 글로벌 수송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오로지 서울을 전 세계 하늘길의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 조중훈 회장의 확고한 신념은 대한항공의 성장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971년 항공여객 분야 신생국가나 다름 없던 우리나라와 협상에 나서지 않던 미국 정부를 끝까지 설득해 태평양노선 취항 허가를 따내고,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유럽의 신행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파리 노선 취항을 조건으로 대규모 항공기 계약을 성사시킨 조 회장의 일화는 전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그의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진그룹을 초석을 다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중훈 회장은 197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며 선진국과 정부의 외교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조 회장이 이 기간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의 수는 9개에 달한다.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의 경영철학은 경영승계 이후 지금까지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조중훈 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한진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회장은 한·불 양국의 교류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수훈했다.
그랑크루아 등급은 프랑스 대통령에게만 수여되는 훈장 등급으로 지금까지 같은 등급의 훈장을 받은 한국인은 조중훈 회장이 유일했지만, 장남 조양호 회장의 수훈으로 대를 이어 부자가 한국인 최고 등급의 훈장을 받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그룹 7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선친부터 2대에 걸쳐 한·불 관계 발전 및 문화교류에 이바지해온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을 예술처럼 여기며 스스로 또 하나의 길이 되셨던 선대회장의 길을 따라 한진은 계속 전진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창업주가 정립한 그룹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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