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랩스타2', '갓예지' 없었으면 그저 그랬을 쇼
[더팩트 | 김민지 기자] 극적인 드라마에는 대부분 반전이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전개에 보는 사람은 흥분지수를 높이며 열광하게 된다. 케이블 채널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이하 '언프리티') 에 출연하고 있는 피에스타 예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첫 방송만 해도 그리 호감을 얻는 래퍼가 아니었다. '아이돌 래퍼'라는 편견이 덧씌워진 데다 첫 회 방송 당시 수아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허당' 캐릭터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랩 실력 또한 그리 호평받지 못해 첫 번째 탈락자를 선정하는 최종 미션(영구 탈락) 까지 참여하게 됐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그에게는 프로그램 탈락이 곧 굴욕이나 마찬가지였으리라. 독기를 품은 것이 눈에 보였다. 단지 '탈락하기 싫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는 탈락 미션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무대, 자신의 랩을 다 보여주겠다는 독기였다. 이 때 선택한 무대가 바로 '레전드'로 손꼽히는 '미친개'다.
'미친개'에서 그는 거침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사에 녹였다. 곡에는 '아이돌 래퍼'라고 조롱하던 이들을 향한 날카로운 말도 포함됐다. 벼랑 끝에서 펼쳐보인 센 랩은 제대로 먹혀들었고, 매드클라운 산이 지코 등 베테랑 래퍼들조차 예지의 과감한 랩에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무대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미친개' 하나로 우승 후보인 트루디가 경계하는 인물이 됐고, MC 산이에게 "'언프리티 랩스타' 최고의 무대였다"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미친개'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방송 직후부터 다음날까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원석'의 실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사람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래퍼로 거듭났다. '갓예지'가 방송 3회 만에 이뤄낸 반전 드라마였다.
만약 그가 절박한 순간에 자신의 잠재된 특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이같은 열기는 아예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친개' 이후 고기가 물을 만난 듯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더 끄집어내 보여줬다. 항상 다른 래퍼들이 트랙의 주인공이 되는 걸 지켜보던 위치에서 자신의 랩으로 당당하게 경쟁에서 이기며 4번 트랙의 주인공이 됐고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YG 연습생 문수아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트루디와의 대결에서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디스랩'을 완벽히 해내 패배하고도 사람들에게 더 많이 회자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실력으로 주목받으니 덩달아 숨겨진 매력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승하기보다 랩을 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은 보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반가웠다. '디스랩'을 비롯해 상대방에게 날리는 '돌직구' 발언은 마치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짜릿했다. 실력은 '핫'하고 성격은 '쿨'한 예지가 '언프리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래퍼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예지가 '언프리티'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유는 프로그램 안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덕분이다. 방송 초반에는 출연진들 사이에서 평범한 래퍼일 뿐이었다. 발성과 스킬을 타고난 트루디가 있는 곳에서 하드웨어로 주목받는 것은 어려웠다. 이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싸이퍼'나 '디스랩'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21살 아이돌의 랩은 신선함으로 화제가 됐고, '듣보잡' 예지는 파괴력 있는 '갓예지'로 성장했다. '언프리티' 역시 예지가 쓴 반전 드라마로 '그저 그런 쇼'가 아닌 '꿀잼' 리얼리티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트루디처럼 타고난 발성을 가지지도 못했고 키디비처럼 언더그라운드를 휩쓴 것도 아니다. 원더걸스 유빈이나 씨스타 효린처럼 인지도가 높지도 않다. 그런데도 무대에만 오르면 '다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으로 랩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과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예지가 바로 이상적인 '언프리티 랩스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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