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회장, 정말 경영권 문제없나?
[더팩트 | 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독자 행보'가 예상됐던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후계자는 장남"이라며 공개적으로 입을 열면서 그간 신동주 회장이 고령의 부친을 이용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온 신동빈 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 재계 안팎에선 "신동주 회장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며 그간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던 신동빈 회장 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오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본인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풍습이나 일본도 그렇고, 장남이 하는 것이 맞다"며 "장남(신동주 회장)이 후계잔건 당연한 일이고 간단한 문제인데 그 일이 시끄럽게 했다"고 말했다.
그간 신동주 회장은 수차례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이 담긴 위임장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 인터뷰는 그간 본인이 주장했던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무단 탈취'를 증명한 셈이다.

신동주 회장의 압박 수위도 훨씬 높아졌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소송전이 본격화 되기 직전인 지난 지난 14일 한일 롯데그룹 정점에 있는 광윤사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 이사직 해임하고 광윤사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신임 이사에는 이소베 테츠 씨를 선임했다. 뿐만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 1주를 매임하면서 광윤사 지분 50%+1주를 확보, 광윤사의 완전한 주인이 됐다.
광윤사가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지분 28.1%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본인의 홀딩스 지분 1.6%을 합치면 약 30%를 확보한 셈이다.
이번 소송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동주 회장이 언론 플레이에 특화된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전 산업은행 총재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나무코프 회장)과 KDB산은금융지주 홍보팀장을 역임한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지속해서 언론과 접촉하며 신동주 회장의 전략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경영권 다툼의 분위기를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적인 '지지 발언'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민유성 고문과 소송을 맡고 있는 두우의 조문현 대표변호사(60·사법연수원 9기), 양헌의 김수창 대표변호사(60·연수원 11기)는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신동주 사단'이 꺼내든 '신격호 카드' 는 이번 경영권 다툼 2라운드의 최대 변수다. 신동주 회장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면서도 "신동주 회장측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 집무실 관리 등은 총괄회장의 뜻에 따르겠다"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누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신동빈 회장 측이 주장하고 있는 '경영권에 문제없다'는 말도 이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여론이 그렇지 않냐"며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발언은 앞으로 벌어질 법정공방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롯데사태'의 시발점이 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지휘한 신동빈 회장은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을 해임안의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인터뷰로 건강 상태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 신동주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가 분명하다는 사실이 모두 드러나면서 신동주 회장 측이 해임안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여기에 고령의 부친이 생활하는 집무실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감시요원을 배치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신동주 회장 측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도덕적인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친 공개사과와 기자회견으로 수습해 놓은 '롯데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된 것 자체가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공개적으로 장남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주장해 온 부친의 건강 이상설을 무색하게 한 만큼 경영권 분쟁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법정 공방을 앞둔 상황에서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확실한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채 단순히 '경영권 문제없다' 해명만 반복한다면 오히려 논란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만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신동주 회장 측이 거세게 압박하는 것을 보면 현재론 불리한 상황인 것으로 보이며 신동빈 회장이나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문제없다는 주장이 맞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명분에 밀리며 궁지에 몰린 것은 확실하다. 현쟁의 상황을 뒤집을 카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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