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재벌을 개혁해야 더 늘릴 수 있다.”
은수미(52·비례대표·을지로위원회 기획분과장·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노동문제를 연구했던 은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개혁은 ‘노동’이 아니라 ‘재벌’이라고 보고 있다. <더팩트>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 의원을 만나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에 대해 들어보았다. 1시간 넘게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사무실에는 여느 의원실과 달리 책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 기업과 재벌에 관한 책이었다.
◆재벌을 개혁해야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 2월 정부는 24개 ‘핵심개혁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4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노동개혁’이 올랐다. 또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노동개혁”이라며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후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고 노동개혁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은 의원은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보았다. 그는 오히려 재벌개혁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 의원은 “최근 롯데그룹 형제의 경영권 다툼을 보면서 오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새삼 다시 느꼈다”며 “우리는 재벌개혁 문제를 협소하게 보는 것 같다. 재벌개혁 하면 갑질 개혁 정도로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를 없앤 건 재벌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벌이 고용과 투자보다는 임대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롯데쇼핑몰은 임대사업으로 수익을 낸다. 그러니 고용이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으로 임금을 줄여서 모은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 지금의 노동개혁 방향은 일하는 사람들을 볶아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벌개혁과 일자리 문제는 무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 의원의 이 주장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청년 일자리를 없앤 건 재벌이다. 재벌은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곳간만 채우고 있다. 이런 재벌을 그대로 두어서는 청년 일자리도 중소 자영업의 삶도 우리의 미래도 사라진다”면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10조 원이 넘는다. 어떻게 쌓게 됐을까.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 청년고용할당제 3%만 의무화해도 늘어나는 일자리가 7만 개”라고 강조했다.
◆재벌개혁 위해 분리과세하고 이익공유제 고민해야

은 의원은 재벌의 사내유보금 증가는 일자리를 줄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 채용, 하청업체 갑질, 법인세 인하와 정부의 세재 지원, 돈놀이 등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은 의원은 더는 쌓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내유보금은 통상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지출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뜻한다.
그는 “재벌이 더는 곳간에 돈을 쌓을 수 없게 하고 돈을 쓰게 해야 한다. (쌓이는)돈줄을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고 불공정거래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지난 5년간 법인세 감면으로 혜택받은 돈이 37조인데 재벌 대기업은 오히려 14조 원이나 투자를 줄였다. 세금감면까지 고려하면 총 51조나 투자를 줄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최근 기업 활동 목적을 벗어난 사내유보금의 자산수익에 한해 법인세를 38%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주식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자산운용소득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법인세법은 이를 모두 포함해 최고 22%의 세율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경우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등을 합해 연간 2000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다른 소득과 합산 시 최대 38%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기업의 ‘주식,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해서만 따로 떼어내서 국민과 똑같이 38% 과세해 개인소득세와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은 의원은 또 최근 미국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또한 결국엔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자는 것으로 재벌개혁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고민 중이다. 이익공유제는 MB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익공유제는 기업들이 1년 실적을 결산해 남은 이익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은 의원은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자인 힐러리가 이익공유제를 내걸었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현재 이익공유제와 관련한 법률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재벌개혁 강도가 매우 강해 법인세 인상보다 반대가 더 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가짜 노동개혁이 아니라 진짜 재벌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팩트 ㅣ 국회=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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