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 고심 깊어진 완성차 업계
국내 완성차 업계가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높아진 원화가치 탓에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 매출손실을 피하지 못한 것. 더욱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업계의 공세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20조9428억 원, 1조58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 3.6%씩 줄어든 수치다.
판매실적 역시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는 올 1분기 국내시장에서 같은 기간 3.7% 줄어든 15만4802대를 판매했고, 국외시장에서도 3.6% 감소한 102만8032대를 판매,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118만283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데는 주요 수출 지역의 통화가치 하락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의 매출원가율은 79.3%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4%p 올랐다. 유로화, 루블화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로화, 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격하게 내려간 것은 물론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정비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아자동차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1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5%나 줄었다. 매출액은 11조1777억 원으로 같은 기간 6.3% 줄었다.

기아차 역시 러시아 루블화의 급락과 유로화 하락에 발목을 잡혔다.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0.5% 늘어난 69만693대를 판매했다. 카니발과 쏘렌토 신형 모델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국내시장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많이 팔고도 적게 남기는 악순환을 이어 간 것이다.
최근 '티볼리' 출시로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는 올 1분기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7% 늘어난 2만1107대를 판매해 지난 2005년 4분기(2만2244대) 이후 약 10년여 만에 분기 판매량 2만 대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수출 물량의 급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쌍용차는 올 1분기 342억 원의 영업손실과 31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러시아 등 주력 시장의 수출 물량 감소 영향으로 1만1808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6% 줄어든 수치다. 쌍용차는 지난달에도 내수 시장에서 771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월간 최다 판매실적을 거뒀지만, 전체 수출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수출 물량은 30% 이상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의 올 한 해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자국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주요 경쟁사들의 공세로 국내시장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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