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가끔은 경찰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시동을 걸었는지, 기어를 조작했는지, 차가 움직였는지 등 음주운전을 판단하는 기준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최근 경찰교육원이 밝힌 음주운전 기준을 사례별로 살펴봤다.
사례1. A 씨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집에 가려고 자기 차에 탔다. 차 시동을 걸고 기어를 주행(D)에 놓았지만, 이내 올라오는 술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그러다 교통 경찰에게 단속을 당했다. 이 경우 음주운전에 해당할까?
당연히 A 씨는 음주운전이다. 법원은 A 씨가 시동을 켜고 기어를 주행에 맞춰놓은 만큼 언제든지 운전할 뜻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례2.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향한 B 씨. 그는 대리운전 기사와 추가 요금 문제로 다퉜다. 그러자 기사는 아파트 경비초소까지만 운전한 뒤 그냥 가버렸다. B 씨는 주차를 하려고 운전대를 잡고 지하 주차장까지 약 150m를 운전했다.
이럴 땐 어떨까?
B 씨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운전해야만 음주운전으로 간주한다. B 씨는 도로가 아닌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만 차를 몰았다. 당연히 아파트 단지나 지하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다.
그런데도 B 씨는 음주운전 처벌을 받았다. B 씨 아파트에 차량 차단기가 없고 관리인이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탓에 현행법상 '일반 도로'로 분류된 것이다.
사례3. 술에 취한 C 씨는 내리막길에 세워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당시 주차 브레이크는 풀린 상태였다. 결국 기어가 중립 상태에 있던 차는 스스로 움직였다.
술을 먹은데다 차까지 움직였으니 음주운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의 판단은 '아니오'였다. 법원은 C 씨 차가 스스로 움직였지만 직접 시동을 켜거나 운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경찰교육원의 '음주운전 수사론'을 보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의 판단 기준은 '운전 의도'다.
운전자가 처한 상황이나 장소, 이동 거리 등은 판단 대상이 아니다. 주차한 뒤 술을 먹다 잠시 차를 옮기거나 빼주더라도 음주운전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럼 위급한 상황이나 응급환자를 이송한다면? 예외는 없다. 술을 먹었다면 상황은 중요치 않다.
다만 법원이 정상을 참작하면 벌금만 물거나 형량이 조금 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음주 뒤 운전은 언제쯤 가능할까.
혈중알코올농도 계산법인 '위드마크(섭취한 술의 양×알코올 농도×알코올 비중×체내흡수율)÷(체중×남·여성별계수)' 공식으로 계산하면 몸무게 70kg인 남성이 소주 한 병(19도·360mL)을 마시면 최소 4시간 6분이 필요하다.
또 몸무게 50kg인 여성이 생맥주 2000cc(4.5도)를 마셨다면 9시간 28분 뒤에나 알코올이 분해된다. 또 몸무게 80kg인 남성이 막걸리 한 병(6도·750mL)을 비웠다면 2시간 22분, 와인 한 병(13도·750mL)을 마신 80kg 남성은 최소 5시간 6분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경찰이 음주 사실을 측정할 때 입을 헹굴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설사 음주 해당 수치가 나오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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