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진과 출연진이 진지한 태도와 유머 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왼쪽부터 엠마 토머스 앤 해서웨이 매튜 맥커너히 크리스토퍼 놀란) / 워너브러더스 제공

[더팩트 | 상하이=김경민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는 무섭고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따뜻한 인간애를 다루는, 한마디로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영화'다. 이러한 매력은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서도 뿜어져 나왔다. 매 순간 진지하고 냉철했지만 또 스타의 벽을 허물고 인간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10일 오후 상하이 더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인터스텔라' 아시아투어 기자회견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비롯한 주연 배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그리고 놀란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엠마 토머스가 참석해 깊이 있는 인터뷰를 나눴다.

'인터스텔라' 주역들이 아시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엠마 토머스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크리스토퍼 놀란) / 워너브러더스 제공

'인터스텔라'는 사람이 더는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떠나 미지의 우주로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모험기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배경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소재나 메시지를 보면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인 만큼 기자회견에서도 감독의 기획 의도나 영화로 전달하려는 메시지 등 무게감 있는 질문들이 오갔다. 감독과 출연진은 중국어나 한국어로 전달되는 질문을 들을 때부터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고 연신 종이에 질문들을 적으며 정확한 답변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맥커너히는 극 중 쿠퍼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앞서 긴 시간 생각에 잠겨 답변을 정리하며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크리스토퍼 놀란(오른쪽) 감독은 앤 해서웨이가 영화 결말을 언급하는 것에 양해를 구하자 스포일러를 걱정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 워너브러더스 제공

그들은 모든 질문에 집중하며 충분한 시간 동안 대답했다. 맥커너히는 마지막 질문을 마친 후에도 질문을 더 받겠다고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영화에 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은 극도로 자제했다. 네 명의 참석자는 모두 자칫 영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언급을 피했다. 해서웨이는 캐릭터 설명으로 대답을 이어가던 중 놀란 감독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놀란 감독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 해서웨이의 답변을 멈추게 하는 광경도 그려졌다.

더불어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의 결말에 후속편의 가능성이 보이는 점에 대해서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지금으로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추측성 기사 보도를 막았다.

매튜 맥커너히(왼쪽)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답변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 워너브러더스 제공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간간히 터져 나오는 그들의 유머 감각은 현장의 분위기를 적당히 부드럽게 주무르며 더욱 빛을 발휘했다. 먼저 맥커너히는 '놀란 감독의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를 넘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배우로 거듭났다'는 칭찬을 듣자 눈썹을 올리고 장난스럽게 신이 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해서웨이가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거나 털털하게 큰 웃음을 터뜨리는 것과는 달리 맥커너히는 기자회견 내내 진중한 태도로 일관했던 터라 이러한 면모는 더욱 반전으로 다가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오른쪽)-엠마 토머스 부부는 공과 사를 오가는 발언으로 흥미진진한 어록을 만들었다. / 워너브러더스 제공

배우들 못지않게 '스타'로 대우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던 놀란 감독-제작자 엠마 토머스 부부의 '케미'도 관전 포인트였다. 토머스는 남편으로서 또 동료로서 놀란 감독과 생활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항상 같이 있기 때문에 공과 사를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아이들을 촬영 현장에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점은 내게 행운"이라고 설명해 따뜻한 어머니 면모를 보였다.

그러다가 돌연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영화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매우 바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옆에 앉은 '미혼' 해서웨이는 귀여운 너털웃음을 지으며 토머스의 말에 깔깔 웃었다.

놀란 감독은 아내인 토머스와 함께 있어서 난처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에게 '왜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이 아내와 사별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놀란 감독은 토머스를 바라보며 "미안하지만 오해를 하지 말고 들어달라"고 말을 시작해 웃음을 터뜨렸다.

'인터스텔라' 주역들의 입담과 재치, 진실성 있는 태도는 영화만큼 재미를 더했다.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엠마 토머스 앤 해서웨이 매튜 맥커너히) / 워너브러더스 제공

그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에둘러 표현했다. 국내에서 '인터스텔라'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을 듣고 놀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어 "영화가 환상적이잖아!"라고 코믹하게 우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스텔라' 주역들은 취재진의 질문 하나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러다가도 기자회견장에서 여전히 속 시원한 대답 대신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답변으로 애간장을 태우고 여운을 남겼다. 그들의 입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얼리고 녹이는 데 영화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 [영상] 영화 '인터스텔라' 메인 예고편(http://youtu.be/d2VN6NNa9BE?list=UU8AD5KHdsFzp8qoJvS4YS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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