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엄마가 밥도 안드시고 내내 시무룩한 표정만 짓더라고요."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거닐었지만, 이름없는 '그녀'로 불린 배우 서리슬(26·본명 홍설희)이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더팩트>사옥을 찾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 서리슬의 부산국제영화제 뒷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지난 2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초대돼 파격적인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당당히 레드카펫을 거닐어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서리슬. 본인도 레드카펫을 거닐며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플래시 세례에 내심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서리슬의 이름은 커녕 사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주최 측과 취재진 모두 '서리슬'이란 이름 석 자를 몰라 난항을 겪었기 때문. 초대자의 이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최 측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서리슬 본인도 당황스럽고 실망했지만, 적극적인 항의는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신인 배우인 탓에 레드카펫을 밟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드레스를 한 땀 한 땀 고생하며 만들어준 어머니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족들이랑 함께 갔거든요. 저희 언니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제가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의 순간'을 직접 보고 싶다며 월차까지 내고 함께 갔거든요(웃음). 그런데 사진이 한 장도 올라오지 않고 어떤 매체에선 저를 두고 앙드레 정의 측근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어요. 조금 섭섭하고 당황했지만, 신인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생각하고 넘겼죠.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였죠. 엄청 속상하셨는지 개막식 이후로 말수도 줄어들고 부산 일정 내내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잘 드시지 않았어요."

그 후 서리슬의 사진이 '이름없는 노출녀'로 하나둘 올라오자 가족들의 속상한 마음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답답했던 서리슬의 언니는 직접 누리꾼을 자처했다고.
"언니는 제가 불쌍하고 안쓰러웠나봐요. 제 사진에 자기가 댓글을 남기면 안 되느냐 묻더라고요. '저 사진 속 주인공은 신인배우 서리슬입니다' 이렇게 남기면 안되느냐고요(웃음). 전 그게 더 속상하고 비참한 기분이 들거 같아서 '그러지 마, 더 티나'라고 말하면서 만류했어요(웃음). 엄마는 그럴수록 점점 더 표정이 어두워지고요(웃음).

씁쓸한 이야기를 활짝 웃으며 할 수 있는 서리슬 특유의 '무한 긍정' 에너지가 통했던 걸까. 다행히 그의 이름을 아는 취재진이 그를 서리슬로 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해프닝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전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일로 지상파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도 얻었다며 미소 짓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행운과 기쁨은 더 큰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당시에 너무 실망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제 사진과 기사가 온통 서리슬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니까 두 배로 기뻐요. 가족들도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요. 특히 어머니요(웃음). 다만 댓글은 보지 말라고 당부해요. 악플도 많으니까요. 가족이 저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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