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욕먹을 각오하고 입었어요."
신인배우 서리슬(26·본명 홍설희)은 당찬 어조로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 말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시스루 드레스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를 '노출녀'로 부르게 했지만, 이제 막 스크린에 데뷔한 그의 이름 '서리슬'을 확실히 알린 계기가 됐다.
서리슬은 지난 2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속살이 다 비치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향하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와 손 인사, 과감한 포즈를 보여줬고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사진은 '레드카펫의 노출녀'로 포털사이트를 장악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그의 사진이 올라가기까지 우여곡절은 있었다. 주최 측과 취재진 모두 '서리슬'이란 이름 석 자를 몰라 난항을 겪었기 때문. 결국 그의 사진은 '영화제 노출녀' '레드카펫 노출녀'란 타이틀로 기사화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영화제가 끝날 무렵에야 가까스로 그의 이름을 알아낸 기자가 그를 서리슬로 기사화했고 그제야 서리슬은 '노출녀' 대신 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었다.
지난 16일, 배우 서리슬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들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을 직접 방문했다. 드레스를 입어줄 수 있겠냐는 다소 부담스러운 취재진의 부탁에도 그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오히려 "내게는 의미 있는 의상인데 또 입을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간 영화제 레드카펫에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은 신예는 매년 있었다. 오인혜의 주황색 드레스, 한수아의 황금 드레스, 강한나의 검은색 시스루 드레스가 그랬다.
하지만 서리슬의 시스루 드레스가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드레스코드가 노출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영화제 시작에 앞서 매년 구설이 된 레드카펫 노출을 언급하며 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올해 부산을 찾은 여배우의 드레스 디자인은 대부분 단순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주최 측의 부탁에도 이를 과감히 무시하고 '레드카펫=노출'이란 공식을 꿋꿋하게 고수한 이가 있었으니 당찬 신인, 서리슬이다.
"갑작스럽게 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래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드레스 코드에 대한 주의사항을 언급했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죠. 알았더라면 당연히 단정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준비했을 거에요.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어서 영화제 참석과 관련한 모든 준비를 혼자 해야 했거든요. 신인배우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에 초대받고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죠. 그때는 드레스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서리슬은 지난해 영화 '뻐꾸기'(감독 허태현-이은정)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올해 부산에 초청된 발판이 된 작품.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 서며 청소년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배우로 데뷔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가슴이 벅찼어요. 막연히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어머니 지인이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무대에서 처음 올랐죠. 그 후에 '위험한 상견례' '궁녀'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정식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어요. 꾸준히 연기를 하다 보니까 한국영화배우협회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웃음). 저를 '배우'로 등록해 주겠다고. 그리고 올해 부산영화제에 초대받았어요.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최근 여배우의 데뷔 나이가 10대 배우들로 채워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26살 서리슬의 데뷔는 늦은 편이다. 조바심을 느끼며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던 그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소식은 하늘이 준 기회로 느껴졌다고.
하지만 서리슬은 그때부터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소속사도 인지도도 없는 그에게 개막식 레드카펫에 입고 갈 드레스를 제공해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제에 초대받은 것은 기뻤지만, 드레스가 문제였어요. 혼자 끙끙 앓다가 어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놨죠(웃음). 어머니가 굉장히 손재주가 좋으시거든요. 평소 재봉틀로 이것저것 만드는 걸 취미로 삼는데 드레스를 손수 만들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서리슬이 입은 과감한 '옆트임 시스루 드레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서리슬 몸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는 평범한 드레스를 구매해 리폼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머릿속에 디자인한 드레스는 과감한 옆트임 시스루였고 재봉틀에 능숙한 어머니였지만,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밤을 꼬박 새우며 드레스를 만들었다. 드레스에 붙은 액세서리 또한 한 땀 한 땀 어머니의 바느질로 완성했다.
"제 몸매가 그간 영화제에서 노출 드레스로 화제를 모았던 여배우들처럼 육감적인 보디라인은 아니에요. 어머니도 그 부분을 확실하게 지적하셨죠(웃음). 저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이니 제 몸도 가장 잘 아시리라 믿고 맡겼어요. 대신 '옆태가 봐줄 만 하니 그 부분을 강조하자'고 하셨어요(웃음). 저는 드레스만 보면 어머니가 고생하신 생각나서 아직도 뭉클해요. 오늘도 드레스를 들고 인터뷰하러 가니까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서리슬이 드레스를 입어달란 취재진의 부탁에 흔쾌히 응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레드카펫에 서는 딸이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밤을 꼬박 새우며 만들어준 드레스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이 듬뿍 담긴 드레스였기에 서리슬은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누구보다 당당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신인배우가 꿈꾸는 장소가 있어요. 바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이죠. 저는 감사하게도 그 곳에 갈 수 있는 행운을 누렸어요.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사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서리슬' 이름 석자를 알리기위해 과감한 드레스를 입었는지도 몰라요. 뒤늦게 알려져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만큼 더 기쁘기도 해요(웃음). 그렇다고 드레스 하나로 요행을 바라고 단박에 스타가 되길 원할만큼 제 연기에 자신감이 없다면 배우를 꿈꾸지 않았을 거에요. 그저 제 이름을 알아주길, 그리고 제 이름을 알고 계신다면 제 연기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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