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심재희 기자] "'김병수 축구' 계속 된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영남대의 'FA컵 돌풍'이 8강에서 중단됐다. 영남대는 지난 1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14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성남 FC를 맞아 잘 싸웠지만 1-2로 패했다. 생각보다 K리그 클래식의 벽은 높았다. U리그를 평정한 패기의 '김병수 축구'가 프로 팀의 노련미에 막혔다. 그래도 팬들은 승리한 성남만큼 영남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투지'로 맞서 1골 차 대등한 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8강전이 끝나고 다시 영남대로 돌아가는 김병수 감독과 전화 통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성남이 강했지만, 우리도 강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성남과 FA컵 8강전에서) 잘 싸웠지만 1-2로 패했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 전반부터 우리 페이스대로 갔어야 했다. 지나고 돌아 보니 전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고 후반전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을 했는데, 전반전에 골을 내주면서 끌려가는 양상이 됐다. 후반전은 매우 좋았다. 선수들이 준비했던 것들을 잘 보여줬고,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선전했다.
◆ 두 번의 실점 상황을 돌아 보면,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남을 듯한데.
-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없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 없이 판정이 내려졌다고 본다. 아쉬운 건 실점이 나온 타이밍이다. 우리가 원한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었는데 골을 내주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선수들이 잘 뛰고 있었지만 수비에서 두 차례 집중력이 떨어지며 내준 위기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미묘하지만 그런 집중력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생각한다. 성남은 우리의 실수로 얻은 찬스를 모두 살렸다. 그것이 저력이다.
◆ K리그 클래식 팀을 상대로 꽤 선전했다. 준비를 많이 했나.
- 경기를 앞두고 항상 준비를 많이 한다.(웃음) K리그 클래식 팀을 상대한다고 해서 특별히 선수들에게 뭘 더 주문하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믿고 최대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전반에 다소 소극적인 전형을 취한 것은 나의 실수였지만 후회는 없다.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팀을 잡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변화가 경기 분위기에 녹아 들어야 하는데 성남의 노련미에 막혀서 결국 패하게 됐다.
◆ 영남대가 추구하는 '김병수 축구'를 아스널과 바르셀로나와 비교하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성남과 경기에서는 '김병수 축구'의 색깔이 평소보다 잘 나오지 않았는데.
- 좋은 지적이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우리 축구를 펼쳤어야 했다. 성남의 수비와 중원이 매우 강하고, 공격수들도 한방이 있다는 점을 너무 의식했던 것 같다. 후반 들어서는 패스게임이 좀 살아났지만 여전히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성남의 중원 압박이 좋았고, 우리는 중원에서 힘이 많이 빠져 마무리까지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 선수들을 독려하는데 보니, 외모가 살짝 바뀌었다. 변화를 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헤어스타일에 살짝 변화를 줬더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몰라 보기도 하더라. 다들 '젊어졌다'고 해서 기분 좋았는데 어땠나.(웃음) 외모에 변화를 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이전부터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제가 말수가 좀 적어서 그렇지 무서운 사람은 아니다.(웃음)

◆ 1996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가 통합되어 열린 FA컵에서 대학 팀이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영남대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는데 아쉽지 않은가.
- 물론 성남을 이기고 4강에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 첫 FA컵 4강 팀'이라는 타이틀을 욕심내지는 않았다. 우리가 가진 것들,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잘 보여주면 승리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졌다. 성남의 노련미에 밀려 패했지만 우리가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성남이 강했지만, 우리도 강했다'고 말하고 싶다.
◆ 이명주, 손준호, 김승대, 임채민 등 영남대 출신 선수들이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 제자들이 잘 하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제자들의 활약상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지금 잘 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학 시절에도 정말 열심히 했고, 프로에 가서도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대학 졸업 이전에 다 끝났다. 좋은 선수로 더욱 성장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 영남대가 2000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 팀들 가운데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재 '대학 최강'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전력이 상승한 특별한 비결이 있나.
- (웃으면서) '대학 최강' 전력은 아니라고 본다. 냉정하게 볼 때, 중상위권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영남대를 맡은 지 어느덧 7년이나 지났다. 전력 상승의 특별한 비결은 없다.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감독으로서 노력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면서 전력이 조금씩 올라간 것 같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운동이니 '팀'이 강해야 한다. 과거보다 '팀'으로 잘 뭉쳐지면서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
◆ FA컵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U리그 등의 일정이 남아 있다. 올해 목표는.
- FA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데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어떤 대회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아 있는 모든 경기에 집중할 것이다. U리그 왕중왕전 본선 진출이 1차 목표다.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면 '왕중왕전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해 볼 것이다.
◆ 아직도 '비운의 축구천재'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감독으로서 어떤 기분이 드는가.
- 너무 많이 들어서 별 느낌이 없다. '선수 김병수'는 이미 축구화를 벗었다. 많은 분들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해 아쉽다고들 하는데, 나는 선수로서도 정말 열심히 뛰었다. 부상으로 조기 은퇴했지만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지도자가 된 이후 공부하면서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 '비운의 축구천재'가 아닌 '멋진 감독'으로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축구 감독으로서 최종 목표는?
- '어떤 팀을 맡고 싶다'와 같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현재 영남대에서도 매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어디에 있든 '김병수 축구'를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김병수 축구'의 완성도를 높이고 잘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한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하며 경기에서 익혔던 부분들을 잘 조합해 '김병수 축구'를 더 즐겁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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