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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포커스]박병엽 팬택 창업주 '토토 야망', 팬택 법정관리로 '먹구름'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스포츠토토 운영사업에 뛰어들었으나 12일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안정적 자금운영에 의문부호를 달게 됐다./ 더팩트DB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스포츠토토 운영사업에 뛰어들었으나 12일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안정적 자금운영에 의문부호를 달게 됐다./ 더팩트DB

[더팩트 | 황원영 기자] 박병엽(52) 전 팬택 부회장의 '토토 야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발행사업에 뛰어 들며 신규 사업 진출을 노리던 박 전 부회장은 12일 팬택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주요 자금원인 팬택씨앤아이와 관계회사 매출에 영향을 받게 돼 안정적 토토 사업 운영에 의문부호를 달게 됐다.

박 전 부회장의 실질 소유 기업인 팬택씨앤아이는 팬택씨앤아이컨소시엄을 구성해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 운영사업 입찰에 참가해 2순위를 기록했으나 1순위로 지목된 웹케시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 법원으로부터 가처분소송 승소 판결을 받는 등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토토의 차기 사업자 선정 입찰을 주관한 서울지방조달청은 법원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팬택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며 급성장한 박병엽 전 부회장의 관계 회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권 채무 관계가 동결되는 등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따라 재계와 스포츠계에서는 과연 박병엽 전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팬택씨앤아이컨소시엄 측이 안정적 자본을 필요로 하는 토토 사업을 큰 문제 없이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팬택씨앤아이, 팬택 의존도 60%… 팬택 법정관리에 ‘주춤’

스포츠토토 수탁사업 컨소시엄에 뛰어든 팬택씨앤아이는 박 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시스템통합(SI), 관리 사업을 주로 진행했으나 자회사인 ‘라츠’를 통해 휴대전화 부품 및 액세서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팬택씨앤아이는 라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말기 제조 및 판매업체인 티이에스글로벌 지분 50%를 갖고 있다. 또한 화물운송 중개업을 영위하는 피앤에스네트웍스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 피앤에스네트웍스 나머지 지분 60%는 박 전 부회장의 두 아들이 갖고 있어 사실상 박 전 부회장 일가 오너 기업이다.

인적자원 용역제공 업체인 토스 지분도 100%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2월 피앤에스네트웍스에 인수됐다. 피앤에스네트웍스가 박 전 부회장 일가 기업이므로 박 전 부회장은 5개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팬택씨앤아이는 팬택 계열사로 취급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2년 팬택씨앤아이가 기록한 975억9900만 원의 매출액 가운데 팬택 638억8800만 원, 티이에스글로벌 301억1700만 원 등 958억6100만 원을 특수관계자 사이의 내부자 거래로 발생시켰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98%에 이른다. 업계는 팬택씨앤아이가 팬택과 지분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박 전 부회장이 새로운 사업 추진의 발판으로 삼아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팬택씨앤아이는 매출 60%를 팬택과의 거래로 올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 팬택씨앤아이 자회사 중 매출액이 가장 큰 라츠는 설립된 해에 2478억 원의 매출과 7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 사실상 팬택이 밀어주고 지원하는 자회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에는 연매출 4426억 원, 영업이익은 147억 원을 기록했다. 라츠는 2012년 팬택씨앤아이의 휴대폰 부품대리점, 유통사업부분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매출 60%를 팬택에서 올린 팬택씨앤아이가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에서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에 나설만큼 확실한 수입원을 갖고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팬택씨앤아이가 용역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 확장을 통해 팬택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고 있으나, 스포츠토토 수탁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이를 제대로 이끌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팬택 ‘나 몰라라’… 경영 자질 불안

팬택씨앤아이는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큐알티반도체 인수의향서를 제출, 우선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지난 6일 큐알티반도체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는 큐알티반도체 직원들이 박 전 부회장이 회사 인수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큐알티반도체 노조는 팬택 경영에서 사실상 실패한 박 전 부회장이 자사를 인수할만한 자질이 있는가를 놓고 불안감을 표하기도 했다.

업계는 팬택씨앤아이가 팬택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한 기업인만큼 경영사정이 어려운 팬택을 살리기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포츠토토 수탁사업과 반도체 회사 인수에 나설 여유가 있다면 박 전 부회장 자신이 일군 회사 팬택의 회생에도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팬택은 자금난 끝에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박 전 부회장은 팬택이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보유하고 있던 4000억 원 가량의 회사 주식을 모두 포기해 현재는 팬택과의 지분관계는 끊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씨앤아이는 팬택 회사채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팬택 법정관리로 재무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며 “박 전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데다 주식을 모두 포기한 상황이라 팬택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기업을 일군 사람으로서 역할과 스포츠토토 운영이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팬택씨앤아이가 팬택과 지분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다소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스포츠 토토 수탁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박병엽 전 부회장, 스포츠토토가 '회생 탈출구'?

박 전 부회장은 스포츠토토를 품에 안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서울지방조달청의 입찰에서 2순위를 기록한 팬택씨앤아이 컨소시엄은 스포츠토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웹케시 컨소시엄’의 자격을 문제삼아 지위 박탈을 요구하는 가처분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지난달 15일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조달청과 웹케시 측은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해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으며 당초 7월 초 새 수탁사업자로 교체될 예정이었던 스포츠토토 사업자 교체작업은 2개월 연장된 데 이어 또 다시 10월말까지 재차 연장됐다.

팬택씨앤아이컨소시엄이 최종적으로 수탁사업자가 될지 여부는 아직 모르는 가운데 팬택씨앤아이 오너인 박 전 부회장의 스포츠토토 운영을 둘러싼 자질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팬택씨앤아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박 전 부회장은 팬택 경영 악화 책임을 지고 지난해 9월 물러났다. 최근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SK텔레콤 자회사인 큐알티반도체 인수전에 참가하고,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경쟁에 뛰어드는 등 ‘패자부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은 영업사원 출신으로 팬택을 일궈낸 ‘샐러리맨 신화’ 주인공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인 IT 분야와 관계없는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에 뛰어들면서 단지 수익성만 좇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전 부회장 역시 사퇴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구상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아직은 모른다. 디지털 기기 제조업 대신 뭐든 돈이 되면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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