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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명량' 최민식…잡을수록 도망갔던 '이.순.신'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열연한 최민식./이새롬 기자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열연한 최민식./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2~30대 여성 관객은 영화를 어떻게 봤나요?"

'명량' 시사회를 마치고 며칠 후, 배우 최민식(52)을 인터뷰하려고 들어선 순간 최민식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주연 배우도 영화가 가진 묵직함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여전히 걱정이 한 가득한 그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하자 특유의 후덕한 웃음을 보여준다. 25년 차 베테랑 배우지만, 최민식에게 이순신은 꽤 부담이었나 보다.

이순신은 기록으로 남는 인물이다. 그 기록을 언제 어떻게 누가 썼느냐에 따라 이순신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최민식은 무섭고 답답했다. 답이 없는 물음을 계속해서 찾아가면서 최민식은 욕심을 부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순신에게 한 발짝 다가갈수록, 오히려 이순신으로부터 멀어졌다. 고민의 흔적이 관객의 눈에는 보였나 보다. '명량'은 개봉 후 빠르게 '흥행 행진'을 이어 가고 있으며 천만 관객이 점쳐지고 있다.

이순신이 되고 싶었지만, 이순신이 될 수 없었던 최민식의 고행기를 풀어놓는다.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이새롬 기자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이새롬 기자

◆ "기록된 인물 이순신,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으로 기록된 '명량대첩'을 모티브로 한 '명량'은 이순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명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 탄탄한 밑바탕이 있지만,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100% 기록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이를 스크린에 살려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최민식은 이 때문에 불안해 밤잠을 설쳤다고 말한다.

"명량대첩은 소설가가 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인 바탕이 있어요.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원래 배우는 없는 인물을 만들어서 관객이 믿게끔 하는 역할인데 이순신은 아니잖아요. 역사 속에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롭게 만들 수는 없었어요. 최민식이 마술을 부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강박을 갖게 됐죠. '나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게끔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굉장한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분에 대해 깊숙하게 들어갔고, 가면 갈수록 절망감뿐이었어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이런 인격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인물이었죠. 이분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 힘들었어요."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자신의 고뇌를 영화 속에서 담았고 영화 속에 잘 드러난다./영화 스틸, 예고 영상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자신의 고뇌를 영화 속에서 담았고 영화 속에 잘 드러난다./영화 스틸, 예고 영상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 알고 싶은 욕심에 최민식은 이순신에 대해 깊숙히 탐구했다. 최민식은 깊은 절망감과 막막한 느낌을 '과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더, 더욱더 무언가를 계속 원했고 그럴수록 힘들었단다.

"촬영하면서 계속 자괴감도 들었고 헷갈렸어요.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도 '이것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죠. 김한민 감독에게 '슛'을 듣기 전까지도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 최민식을 잡아줬던 것은?) 함께하는 후배들이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 병사들(후배 배우) 앞에 있으면 진짜 이순신 장군이 된 것 같아요. 그들은 뒷모습만 찍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진짜 병사처럼…. 다른 배우에게 많은 부분 의지를 했던 것 같아요."

이순신이 된 최민식은 현장에서 그렇게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의지했다고 털어놓는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끈끈하게 묶었을까.

"후배들을 저 멀리서 내다보니 완전히 이 영화에 젖어있더라고요. 촬영을 함께한 동료가 아니라 동지, 전우 같은 느낌이죠.(웃음) 실제 그 시대와 비슷하게 함께 전쟁하고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우리 이렇게 함께 개고생을 하는구나'하면서 몰입이 잘 된 것 같아요."

최민식을 전면으로 내세운 '명량'은 포스터 속에서 그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포스터
최민식을 전면으로 내세운 '명량'은 포스터 속에서 그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포스터

◆ "책임감…최민식을 누른 부담감"

1시간 남짓한 인터뷰였지만, 최민식에게선 영화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강하게 엿보인다. 내·외적으로 편치 않은 촬영장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최민식은 이제야 그 부담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듯이 웃는다.

"실제로도 책임감 같은 것은 있었어요. 현장에서 몇몇 스태프들을 제외하고 배우 중에는 나이나 경력이나 최고잖아요. 그래서 제가 인상을 쓰고 있거나 조금만 불편한 행동을 하면 제 눈치를 보더라고요. 주변에서 웅성웅성거려요. '민식 선배 오늘 무슨 일이 있는거 아니야?, 오늘 굉장히 불편하신대?'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현장 자체가 불안해져요. 혼자 생각을 정리정돈을 하고 싶은 날이 있었는데 그럴 수도 없었죠. 그럴때는 의도적으로 화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안 그러면 지친 현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죠."

그러면서 최민식은 이번 작업은 최상의 공동작업이었다고 덧붙인다. "영화는 촬영하면서 하나의 목표로 가야 해요. 저는 약간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몫이 있었어요.(웃음) 사람이 여럿 모이면 의견이 엇갈리게 마련이잖아요. 의상 분장팀 스태프들도요. 그런데 호흡이 맞지 않으면 틈이 생겨요. 그런 갈등을 풀어줘야 하는 것 제 몫이었죠. 수양이 없으면 공동작업을 하기 어려운데 '명량'팀은 전혀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트 포즈를 해 달라는 <더팩트>사진 기자의 요청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최민식./이새롬 기자
하트 포즈를 해 달라는 <더팩트>사진 기자의 요청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최민식./이새롬 기자

최민식은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며 그들에 대한 칭찬을 풀어놓는다. 선배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는 그의 말투와 표정, 눈빛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전쟁 장면을 여러 차례 찍으니 지친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부상을 당하기도 했죠. 오타니 료헤이 같은 경우는 귀를 다쳤는데 촬영하면서는 모르더라고요. 촬영 후에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알았죠. 하지만 다쳐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예가 많아서 봉합하고 메이크업을 다시 해서 촬영을 했어요. 국외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죠. ('루시'에서 호흡을 맞춘) 스칼렛 요한슨의 귀가 다쳤다면 아마 감독과 무술 감독이 고소를 당했을지도 몰라요.(웃음) 한국 촬영장은 좀 다르고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으로 참여던 것 같아요."

최민식은 '배우는 개성이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의 연기론을 이야기한다./이새롬 기자
최민식은 '배우는 개성이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의 연기론을 이야기한다./이새롬 기자

◆ "배우는 액체가 되어야 한다" 최민식의 연기론

최민식에게 왜 이렇게 세고 강한 작품만 여러 번 하느냐고 물었다. 특히 전작인 '악마를 보았다'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강렬해서 오히려 위인인 이순신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하자 배우 최민식의 연기론이 나온다. '배우는 액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같은 장르, 같은 배역만 고집하는 일부 어린 배우가 깊게 새겨들을 만한 인상 깊은 대답이다.

"배우는 평소에 개성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액체가 되어 있어야 하죠. 네모, 세모 등 어떤 틀에도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죠.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뭔가를 판단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냥 녹아들어가는 것이죠. 이미지 변신이요? 배우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어야죠. '악마를 보았다'를 했다고 다음에는 '천사를 보았다'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절대 없어요."

연기에 대한 지론이 확고한 배우 최민식. '명량'에서 받은 기운이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명량'은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이순신이 된 배우의 처지에서 말해달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어떤 식으로든지 분명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아요.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어떤 것일지는 잘 모르죠. 하지만 긍정적일 것이란 생각은 해요. ('명량'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극복이요. 장군의 인생 자체가 극복이었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선 극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cream0901@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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