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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아름 인턴기자] 15년 만에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위한 징조일까.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일인 7일 그냥 그렇게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지난 4일 기적처럼 공소시효가 90일 뒤로 늦춰졌다.
고 김태완(1999년 5월 20일, 당시 6세)군의 아버지 김모(51) 씨는 용의자로 지목된 A씨에 대해 살인협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자 곧바로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 처분의 옳고 그름을 가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정신청이 접수될 경우 고등법원은 3개월 이내에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중지된다. 결국 최대 90일까지 공소시효를 벌게 된 셈이다.
유족 측 박경로 변호사는 “사건이 억울하게 종결되는 상황은 일단 막았다. 고등법원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고법이 3개월여의 심사를 거친 뒤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릴 경우 검찰은 이 용의자를 기소해 재판에 세울 수 있고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정신청에서도 대구고법이 기각결정을 내릴 경우 '대구 황산테러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되고 범인이 특정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대구 황산테러 사건'은 1999년 5월20일 당시 6살이던 태완 군이 대구 동구 효목동 집 앞 골목에서 누군가가 쏟아 부은 황산을 뒤집어쓰고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뒤 49일만에 숨졌지만 경찰이 범인을 붙잡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2005년에는 수사팀도 해체됐다.
<더팩트>의 프리미엄 브랜드 <더팩트>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는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의 어머니 박정숙 씨의 심정을 들었다. 5일 오후 15년이라는 세월을 눈물로 살아온 태완 군 어머니와 전화 인터뷰는 복받치는 감정들로 인해 예정시간보다 많이 길어졌다.
-다시 사건 수사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5년까지 증거를 수집하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속상한 마음에 태완이 아버진 거의 7~8년을 술로 보냈고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가운데 태완이 형인 태우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우리의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참 착하게 잘 자라줬다. 이 아이를 보자 더는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건을 그냥 마음속에 덮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태우가 군대 간 지난해 한 방송 기자가 이 사건을 재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처음엔 주저하다가 마침 휴가 나와 있는 태우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하니 단번에 '하자. 엄마 수사 다시 진행하자'라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순간 '얼마나 이 아이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을까.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우의 말에 힘을 얻어 다시 수사를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4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태우에게서 '엄마 아빠,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해도 고생한 거 아니까'라는 문자가 왔다. 이에 '너도 힘들었을 텐데…'라고 답하니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힘을 줬다.
-고소한 용의자가 당시 태완이가 지목했던 '치킨 아저씨'가 아닌 다른 용의자인가. 그리고 용의자는 태완이가 잘 알고 있던 사람인가?
아니다. 이번에 고소한 용의자가 바로 그 '치킨 아저씨다' 그리고 태완이가 아는 사람이면 우리도 물론 아는 사람이지 않겠느냐.
-치킨 아저씨는 자살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럼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뜻인지?
자살 얘기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 얘기가 처음 나온 게 2003년이다. 우리 가족 모두 그 얘길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 관련 기사를 누가 내보냈겠느냐. 우리가 그런 제보를 했겠느냐. 아니면 제 3자가 그런 말을 했겠느냐. 뻔하지 않겠느냐, 본인이 하든 그 가족들이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것이다. 그 기사 나온 뒤로 항간에선 그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 써서 죽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불상'으로 검찰에 재청원을 했다. 경찰이 백지 상태로 객관적으로 수사를 다시 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가 무조건으로 '치킨 아저씨'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분들이 수사하는 만큼 객관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나 객관적으로 봐도 결국 그 '치킨 아저씨'로 모였다. 그래서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태완이 입에서 나온 만큼 우리라도 그 사실을 확실히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에 '치킨 아저씨'를 지목해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고소장 접수 사실을 그럼 그 사람도 알고 있을 텐데 다른 얘긴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는…. 사실 우리 가족은 그 사람이 어디 사는 지 뭐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야 아직도 그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계속 살고 있으니 아마 우리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을 수 있다.
-경찰에서 수사를 계속 했다고 하는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긴 했는지, 그리고 당시 수사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수사 했다고 하지만, 했다고 하니 한 걸로 알 수밖에 없다. 수사 자료도 많이 쌓여있고 많은 인력이 투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초동 수사에서 많이 틀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새롭게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시는 분들의 고충도 충분히 안다. 그러나 우리로선 미진한 것도 있다.
사실 15년 전에도 검찰 역시 태완이 진술 녹음을 듣고 태완이 말이 사실이라고 얘기했으나 그에 맞는 진보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로선 경찰에서 알아서 해줄 줄 믿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보여주기 식 수사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가족은 이 사건 수사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본래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가족을 조사한다. 나도 그 조사에서 치정관계나 남자관계, 금전관계 등으로 의심을 받으며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것도 드러난 것이 없었다. 내게 그런 시간과 인력을 쏟을 시간에 사건 본질에 수사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말 당시엔 그런 뒷조사를 받았다는 생각에 수치스럽고 화가 나기보다는 발이 저절로 동동 굴러지며 '이 사건 밝히는 데 그게 실마리가 된다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들었다. 내가 죽은 들 태완이를 바꿀 수 있다면 뭐라도 못하겠느냐. 지금도 난 내가 죽어 태완이를 돌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얘기를 계속 하면 당시 목격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것 같아서 말하기 힘들다. 목격자는 태완이 친구 외에도 더 있다. 목격자와 태완이가 지목한 용의자는 당시 자신은 집에서 나왔다고 하는 데 사실 반대 방향에서 그 사람을 본 목격자가 있다. 그런데 이 용의자가 당시 수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2번이나 통과했고 집에서 전화했다는 알리바이까지 있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그 전화를 했다는 시간은 사건 발생 시간과 20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고 용의자와 사건 발생 장소는 뒷골목으로 돌아가면 불과 2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며 다른 길로 간다 해도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태완이 발견지점과 사건 현장 지역이 다른데 태완이 진술 음석을 분석하신 사람들 얘기론 태완이가 그 사람을 봤다고 하는 장소가 외부적으로 봤을 땐 구분되지 않으나 그 현장 골목을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당시 태완이가 내게 "엄마 뜨거워서 집에 오려고 하니까 그 아저씨가 불렀다"고 답했다. 그 불렀다는 지점은 텔레비전에도 나온 작은 전봇대와 큰 전봇대가 있는 골목이다. 그 말은 태완이가 '뜨겁다'는 표현을 하고 있을 때 부른 것이다. 태완이는 이어 "뜨거우니 잘 안 보인다. 옷이 저절로 찢어지더라"고 말했다. 자신의 몸이 뜨거우니까 옷이 저절로 찢어진다고까지 표현하는 아이의 말을 왜 믿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가 차 내가 태완이에게 "태완아 그걸 알겠더나"라고 물으니 태완이가 "뜨거워서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잘 안 보이더라. 안 보이는 데 슬리퍼 하나가 오다가 벗겨져서 그걸 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당시 태완이 사건의 목격자였던 친구와 계속 연락을 하는지?
태완이 친구(인수)가 얼마 전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인수 역시 그때 그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수가 여전히 태완이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악몽을 꾼다고 말한다. 그 아이가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면 그런 꿈을 꿀 수 있지 않겠느냐. 더욱이 이제 인수도 장성해 당시 표현하지 못했던 말도 표현하더라. 그게 나한테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거라 참 안타깝다. 인수가 많이 답답해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인수뿐 아니라 우리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힘들고 죄송스럽다. 그 여러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꼭 이 사건의 범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공소시효가 90일 더 늘어났다. 앞으로 이 90일 동안 사건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대구지검 앞에서 해왔던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물론 하루 종일 할 수는 없고 그날의 상황을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하늘 소풍’이라는 학부모 단체에서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청원서와 탄원서 등을 작성해 제출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오후 1~2시 사이의 낮 시간대 찾아와 도움을 준다. 이번 계기로 경각심을 일으켜 태완이 사건뿐 아니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끔찍한 범죄에서 대한민국 모든 아이가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90일 이후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공소시효가 끝이 난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공소시효'라는 것이 법이 정한 만큼 법이 정한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 가족에겐 '공소시효'는 없다. 이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앉고 가야 할 일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태완이가 말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비록 법이 정한 '공소시효'가 끝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법으로 태완이 진실을 밝힐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의혹을 밝힐 증거들을 계속 찾을 계획이다.
사건팀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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