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지연 기자] 배우 차승원(44)은 40대 '아저씨'다.
그는 컴퓨터 다루는 법도 익숙하지 않고 최신형 휴대전화도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차승원이 뭇 여성들에게 여전히 '섹시한 남자'로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 있다. 그는 아방가르드(전위적인)한 스타일의 옷이 좋고 다부진 근육질 몸매와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고 싶은 '천상 멋쟁이'기 때문이다.

'멋쟁이' 차승원은 최근 '하이힐'(감독 장진, 제작 장차앤코,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랜 친구이자 감독인 장진과 6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그런데 '멋진' 차승원이 맡은 캐릭터는 트랜스젠더를 꿈꾸는 남자 지욱이다.
진짜로 멋있기 위해 여장도 마다치 않았던 배우 차승원을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만난 그는 빡빡한 영화 홍보 일정과 최근 출연 중인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빡빡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피곤하다"며 툴툴거렸지만, 특유의 유쾌한 목소리가 주변을 밝게 물들였다.
◆ 차승원이 신은 '하이힐', 그가 만든 여자

차승원은 6년 만에 재회한 장진 감독과 '하이힐'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을 만들었다. 겉은 누아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퀴어시네마에 가까운 작품이다.
'하이힐'은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 분)의 운명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차승원은 지욱을 연기하며 여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근육질의 그가 붉은 립스틱에 하이힐을 신고 새끼손가락을 들고 커피를 홀짝이는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저도 시나리오를 처음 보곤 '못 견디겠다' 싶었죠.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의미를 생각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장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못할 이유도 없겠더라고요(웃음). 다만 관객들이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질까 봐 우려스러웠어요. 그래서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차승원은 여장도 허투루 하지 않은 만큼 액션신도 열과 성을 다해 촬영했다. 오죽하면 메가폰을 쥔 장진 감독이 "그만 찍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우산을 이용한 액션을 촬영하기 위해 소품으로 준비된 우산 200개를 부러뜨려가며 '최고의 장면'을 찾았다.
"무술 감독과 장진 감독이 '차승원 표 액션'이라고 이번 작품 속 액션 장면을 칭찬했는데 사실 '차승원 표 액션'이 나올수 밖에 없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연이 있죠. 전 키가 커서 대역배우를 찾기 힘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액션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죠. 그럼 어떻게 해?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차승원과 몇 마디 나눈 사람이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는 남자 중에 남자다.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 투박한 손짓 화통한 성격…. 그런 그에게 '여성을 숨긴 남자 지욱'에 관해 질문했다.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도맡아 연기한 차승원에게도 이번 작품은 까다로운 숙제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지욱이란 캐릭터는 남자인데 여자가 되고 싶어 하죠. 차승원이란 사람은 그냥 남자고(웃음). 하지만 웃긴 게 지욱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성(姓)을 떠나서 '혼란'의 감정이요. 지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 쉽게 말해서 생긴 대로 살고 싶은데 세상의 눈이 무서워서 그렇게 못사는 이들. 그런 부분을 강조하면서 연기했어요."
◆ 40대 차승원, 그가 여전히 아찔하게 섹시한 이유

차승원은 꾸밈없다. 인터뷰 내내 이를 보이며 호탕하게 웃기도 하고 다소 자극적인 질문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통을 치며 솔직한 표정으로 응수한다. 적절하게 공과 사를 유지하는 능수능란한 유쾌한 입담과 화려한 외모는 매력적이다.
"나도 예전 같진 않아요(웃음). 요즘엔 건강을 위해 술을 먹지 않아요. 예전에는 밤새 술을 먹고 커피도 하루에 스무 잔 이상 마셨는데 생활습관이 단촐하게 바뀐 거 같아요. 이젠 술 대신 물을 먹죠. 화장실 자주 가는 게 귀찮긴 하지만 피부관리를 해야 하니까 하루에 500mL 병으로 20병 이상 먹어요."

그저 털털할 것만 같았던 차승원의 피부관리 비법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니 손사래 치며 "왜 놀라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도 관리해야죠. 다른 건 욕심이 안 나는데 옷은 마음에 드는 걸 입고 싶거든요. 나는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좋아한단 말이야(웃음). 그리고 내 직업은 배우인데 자기관리는 필수잖아요. 대중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하면 더욱 긴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멋진 남자는 유머러스하면서 멋진 남자에요. 멋있으려고만 하면 하나도 안 멋져(웃음). 그래서 내가 여전히 멋있나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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