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혁 기자] 프로선수가 팀을 옮기는 이적은 선수만의 것이 아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들 역시 자신의 능력을 더 인정해주는 곳으로 옮기는 '이적 시대'가 열렸다.
프로야구 2014시즌을 맞아 각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들이 야심차게 야구 중계진과 매거진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교체의 핵심은 익숙함과 변화다.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아나운서들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채널과 프로그램이 달라졌다는 게 다른 점이다.
가장 먼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SBS Sports다. SBS Sports는 지난 1월 정우영 아나운서를 데려온 데 이어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S'의 메인 진행자로 김민아 아나운서를 앉혔다. 두 아나운서는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야구 중계와 매거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메인 캐스터였다.
공교롭게도 MBC 스포츠플러스 역시 지난해까지 SBS Sports에서 활약하다 프리 선언을 한 배지현 아나운서를 기존의 김선신 아나운서와 함께 할 '베이스볼 투나잇'의 진행자로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두 방송사가 아나운서를 맞트레이드한 셈이 됐다.
XTM은 올 시즌을 앞두고 KBS N 스포츠에서 프리를 선언한 최희 아나운서를 데려와 공서영 아나운서와 함께 매거진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워너 B'의 진행을 맡겼다. 4개의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 중에 KBS N 스포츠는 유일하게 외부 영입 없이 기존의 윤태진 아나운서에게 '아이러브 베이스볼' 메인 진행자 자리를 줬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이적 현상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는 지상파 아나운서와 비교해 그 수명이 짧다. 스포츠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하다 보니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쌓은 선배가 물러나지 않으면 좀처럼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기 힘들다. 우물쭈물 때를 놓치다 보면 젊은 후배들에게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해박한 스포츠 지식과 유연한 진행 능력보다 외모로 먼저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여자 아나운서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다른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이직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정우영 아나운서의 경우가 '올바른 이직'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그는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해 대표 아나운서가 됐지만 선배 아나운서들이 있는 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나 메인 종목 중계 우선 순위에서 선배에게 밀렸다. 하지만 SBS Sports에서는 다르다. 정우영 아나운서 정도 되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회사의 간판 아나운서가 될 기회가 열려 있다. 방송사 역시 노련하면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아나운서가 필요했다. 서로에게 모험일 수도 있지만 회사와 본인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이직까지 이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정우영 아나운서와 김민아, 배지현 아나운서의 이직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SBS Sports의 박준민 제작팀장은 이를 한 마디로 '최근의 시장 변화'라고 정리했다. 그는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로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여러 여자 아나운서들이 대거 '프리'를 선언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인기가 높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옮기는 게 일반화 됐다. 사실 여자 아나운서들의 경우 방송사에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을 뭐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고 숨겨진 끼가 많은 여자 아나운서들은 스포츠 진행뿐 아니라 예능에도 관심을 보인다. 최희가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좋은 예다"고 말했다.

그는 "XTM이 공서영에 프리였던 최희를 매거진 프로그램 진행자로 데려오면서 우리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인지도가 있고 프로그램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아나운서가 필요했다. 김민아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야구 외에도 골프 관련 프로그램 진행을 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우리는 스포츠채널과 골프채널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회사와 개인이 서로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같은 곳을 향해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고 이직이 자연스러운 요즘 시대에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이동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모르는 이가 아닌 유명인의 이동이기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것뿐이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올 시즌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굴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jump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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