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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작가 4인전 일본개최기념 특별 인터뷰①] 황영식 작가, “비틀어진 소나무는 바로 우리 한민족”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재로 한국의 산수를 수묵화에 담은 황영식 동양화 작가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재로 한국의 산수를 수묵화에 담은 황영식 동양화 작가

[더팩트|도쿄=안병철 스포츠서울재팬 기자]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에서 한국의 서각, 서예, 동양화 분야를 대표하는 4명의 예술 작가전이 열려 많은 일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오쿠보 드라마&영화제 2014’의 개최에 맞춰 함께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류의 중심축인 영상 콘텐츠와 함께 한국 예술 콘텐츠만의 정취와 숨결을 일본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기념전시회.

한국 현대 서각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염광섭 작가와 입체서예의 선구자 최경옥 작가를 비롯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예가 이민지 작가,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재로 한국의 산수를 수묵화에 담은 황영식 동양화 작가가 초대된 ‘한국작가4인전’은 지난 21일 개막해 이달 30일까지 도쿄 신오쿠보의 SHOWBOX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2일, 스포츠서울재팬은 도쿄의 한복판에서 한국 예술의 한류 바람를 예고하고 있는 4인의 거장을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황영식 작가 “비틀어진 소나무는 바로 우리 한민족”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백우 황영식 작사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작가와 달리 정식 미술 공부로 입문한 것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며 여가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미술사학자 고 김경태 교수의 권유로 4년간의 중국 유학 길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미술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귀국 후에는 2여 년간 광주 무등산 약화암에 기거하며 중국에서 배운 수묵화 기법을 한국의 것에 접목하려는 시도에 매진한다.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는 그런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중에 하나이다. 대륙의 기상이 엿보이는 대담하고 거침없는 필력 위에 한국의 미학과 사상을 잘 스며들게 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라는 평가다. 소나무는 수묵화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소재이지만, 한 획 차이로 자칫 잘못하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위험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춤사위를 보는 듯한 조금은 기괴한 모양의 소나무로 편안하고 아늑한 노년의 정취를 멋지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황영식 작가의 ‘월하송정도’(月下松亭圖)

소나무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꿋꿋이 뻗은 힘찬 기상이지만, 인생을 회고하는 노년의 의미를 담기 위해 달 아래 노송이 서 있는 정자를 그렸다는 황 작가는 “월하송정도는 노년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만든 작품이다. 곡선을 그리며 비틀어진 모양으로 자란 소나무는 거친 세월을 이기며 끝까지 살아온 우리네 인생의 세월을 의미하며, 아늑한 달빛 아래 서 있는 정자를 그려넣어 고된 시간과 격정의 소용돌이 끝낸 편안한 노년의 정취를 담아보려 했다. 정자에 앉아 초승달을 쳐다보며 지나온 한세월을 회상하는 동시에 대자연으로 회귀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그림쟁이가 되어야겠다는 나 자신의 소박한 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거침없이 머리를 드리운 소나무들을 보고 있자면 한 사위의 춤을 추고 있는 무희들이 떠오른다. 황 작가는 “이 땅에서 수천 년 간 살아온 우리 민족을 표현했다. 고된 풍파 속에서도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마치 살풀이춤을 추고 있는 듯한 동적인 소나무들의 모습이야말로 바로 우리 민족의 모습 그 자체 일 것이다”며 소나무의 모습에 우리 민족을 투영하고 있었다.

청자 매병을 그린 작품을 통해 동서양의 융합도 추구했다.
청자 매병을 그린 작품을 통해 동서양의 융합도 추구했다.

청자 매병을 그린 작품을 통해 동서양의 융합도 추구했다. 일견 도자기만이 보이는 작품이지만, 동양화의 핵심인 한지 위에 서양화의 중심 도구라 할 수 있는 아크릴 색채를 발라 화지로 사용한 것이다.

황 작가는 “수묵화만 그리다가 언젠가 아크릴 빛깔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도예친구인 친구에게 받은 청자 매병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사람이 나이가 들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은 도공의 손에 의해 도자기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도자기 속에 내 작품을 그려넣어 생명력을 불어넣어 볼까’하고 시작한 것이 이번 작품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고독만이 작가의 길이라는 신념을 가진 황 작가는 중국적인 대담한 선으로 한국의 소나무를 그린 ‘월하송정도’와 한국의 도자기를 서양의 아크릴 위에 그린 작품들을 통해 아집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화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내 것에 대한 고집과 집착은 후퇴와 퇴보만 있을 뿐 발전은 없다. 창작은 끊임없은 변화”라고 당당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한 황 작가는 일본체재 기간 중에도 그동안 책으로만 접한 일본의 수묵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자기 정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황영식 작가의 약력
-1959년 출생
-1981년 한국서도 입문
-1993년 중국의 세계적 명문 미술학교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연구원으로 입학
-1996년 대학원 졸업작품이 한국인 최초로 그해 최우수작품으로 선정
-개인전: 15회
-단체전: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
-그외 작품활동
30일간 단독 실크로드 스케치
60일간 단독 유럽 스케치
금강산 스케치 등

ssmj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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